벤처업계가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의 구속 사태로 창업붐이 확 사그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벤처 투자가 사실상 ‘올스톱’되는 등 벌써 그 파장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 벤처붐을 일순간 얼어붙게 한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여성벤처기업협회 등이 이번 사태가 벤처 투자붐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공동성명서를 낸 것도 그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건 정부의 ‘민간 주도 창업지원사업(팁스·TIPS)’이다. 민간 창업보육기관이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최대 9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검찰에 따르면 호 대표가 정부 지원금을 받아주는 명목으로 스타트업 다섯 곳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벤처업계는 벤처의 특성이나 업계 관행 등 측면에서 검찰과 시각차가 있다며 하소연한다. 검찰이 말하는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또 하나의 도덕적 해이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보조금 유용은 엄연한 범죄행위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건 정부 지원제도를 악용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제도 자체의 존폐를 거론하며 벤처투자 자체를 죽게 하는 우를 또 범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떤 제도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더구나 고위험-고수익을 특징으로 하는 벤처와 관련한 지원제도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벤처에는 필연적으로 거품이 끼고 도덕적 해이도 만연할 수 있다.
팁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벤처투자회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으로 시작한 제도다. 그런 만큼 파격적인 당근책이 뒤따랐고, 그 결과 벤처생태계가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거의 복원됐다는 평가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맞지, 제도를 아예 폐지해버리는 것은 현명한 대책이 아니다. 벤처는 어차피 무수한 실패 속에 한두 개 성공을 꾀하는 것이기도 하다. 파리가 끓어도 된장은 담가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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