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어라운드·모씨 등
익명·보안성 갖춘 폐쇄형 SNS
업무불만·불평글 등 공유
기업들 회사 비밀 샐까 고민도
[ 김태헌 기자 ] 7년 차 직장인 조모씨(33)는 얼마 전 익명 앱(응용프로그램) ‘블라인드’에 가입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기 전 조씨는 “회사 선후배는 모두 긍정적이고 회사에 불평불만도 없는 존재들”로 생각했다. 하지만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 못할 뿐 모두 나처럼 불만이 많은 ‘미생’들”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1250여개 회사 라운지(게시판)가 열려 있는 블라인드는 익명성에 보안성까지 갖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을(乙)’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블라인드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 이야기까지 함께 외부로 흘러나오는 등 후유증도 생기고 있다.
블라인드 내 회사 라운지에는 직장인 湧?자사에 대한 단순 평가는 물론 비판이나 험담도 가득하다. 인사에 대한 부당성, 업무 지시에 대한 불만,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평 등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내용의 글들이 공유된다.
블라인드를 통해 대기업의 부조리한 문화와 사건·사고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건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블라인드 글로 큰 타격을 입었다. 회사가 20대 신입 사원에게까지 희망퇴직을 적용했고, 블라인드를 통해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두산이 수년간 공들였던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기업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스타벅스 직원이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스티커를 모으는 소비자들을 ‘거지’로 표현한 글을 블라인드에 올렸다가 스타벅스코리아가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이 역시 블라인드에 한 직원이 올린 글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사건이 커졌다.
블라인드를 개설한 팀블라인드 정영준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역시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기업은 정보와 소통의 창을 차단하기에 앞서 직원들이 왜 불만을 쏟아내는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이 정보 제공 요청을 한 적이 있지만 블라인드 서버는 미국과 일본 등에 나뉘어 있고 개발 단계부터 글쓴이를 특정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우리가 줄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는 미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블라인드 외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폐쇄형 SNS에는 ‘어라운드’와 ‘모씨’가 있다. ‘모씨’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모씨’에서 이름을 따온 앱이다. 이용자들은 자기 생각을 담은 카드 메시지를 공유하며 댓글을 달 수 있다. 공개형 SNS와 달리 자신의 감정 표현이 솔직하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이 앱을 ‘힐링 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라운드’는 타인의 글에 공감 표현과 댓글을 달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용자가 증가했다. 위치 기반 서비스인 ‘두리번’ 역시 익명으로 주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인기 요인이다.
SNS 전문가인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개인의 노동 강도가 세지고 프라이버시는 침해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직장인들이 스스로 해결법을 찾기보다는 익명성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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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헌 한경비즈니스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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