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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42) 자유와 책임은 서로 보완하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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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 부정한 두뇌과학 경제 온정주의 정당화 근거 돼
운명 스스로 책임진다는 믿음…투자·생산·소비 신중하게 선택
책임정신 키워야 경제번영 이뤄




자유시장의 도덕적 핵심가치는 책임원칙이다. 개인이 행동을 통해 자신 또는 타인의 재산, 자유, 인격 등에 끼친 피해나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의미가 없고 자유 없는 책임도 있을 수 없다. 자유와 책임은 서로를 보완하는 가치다. 자유롭고 책임감이 투철한 인간을 육성하는 걸 자유사회의 교육 목표로 여기는 것도 자유와 책임 간 상보(相補)관계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런데 그 관계를 전적으로 부인하는 패러다임이 있다. 오늘날 최첨단 과학으로서 젊은 학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두뇌과학이다. 두뇌과학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자유의지의 존재 문제’다. 그것이 개인적 책임의 논거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겐 과거의 경험이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자유의지가 존재하는데, 이 자유의지가 투자, 생산, 소비 같은 경제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에 개인은 자신의 이런 경제적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자유의지에서 甦ㅅ?행동이야말로 자유로운 행동이라고 믿는 게 책임론이다.

그런데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한 두뇌과학의 주장이 흥미롭다. 최첨단 장비를 통해 두뇌 속을 구석구석 탐색했지만 ‘물리화학적 인과율’에 따라 작동하는 신경연결망만 있을 뿐, 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자유의지 또는 정신이란 어디에도 없다고 두뇌과학은 목소리를 높인다. 인간행동을 결정하는 건 자유의지가 아니라 인과법칙에 따르는 신경구조이기 때문에 행동과 행동의 결과에 대해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죄가 있을 수도 없다는 게 두뇌과학의 인식이다.

좌파 지식인들이 이런 논리를 무심히 지나칠 리 없다. 이들은 자유와 책임은 성립할 수 없고 자유시장은 그 어떤 철학적 정당성도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실패는 물론 죄를 저질러도 자신의 마음 탓이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처벌이나 정신치료의 사법(司法)적 온정주의가 마땅하다는 것이다.

두뇌과학의 이런 주장은 자유사회의 헌정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 주장의 타당성을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건 신경연결망의 바깥에는 그 어떤 정신 또는 의지도 없다는 두뇌과학의 인식이다. 그런 인식은 자유주의의 거성 하이에크가 보여주듯이 전적으로 옳다. 하이에크는 21세 때 집필한, 오늘날 두뇌과학의 효시로 알려진 저서 《감각적 질서》에서 “자유의지 또는 정신이라는 독립된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이란 물리화학적 인과율에 따르는 두뇌(신경)작용의 산물이고 인간행동도 마찬가지로 신경작용의 결과라는 게 하이에크의 독창적인 인식이었다.

신경망에는 본능적 후천적 경험이 축적, 저장돼 있다. 그 경험에 비춰 환경의 신호자극이 해석·분류되고 정신현상과 인간행동이 결정된다. 물리적인 것을 재화, 자본 등 정신적인 것으로 인지하는 게 자연의 인과법칙에 따르는 신경구조다. 정신현상은 신경의 물리적 과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정신은 독립적 실체가 없고 그래서 사실상 정신과 육체는 하나다. 그럼에도 정신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건 정신현상을 물리화학적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말하는 게 편리한 것이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자유와 책임의 상보성이 허물어진다는 두뇌과학의 인식은 옳은가. 결코 아니다. 두뇌과학의 자유개념은 외부 환경이나 경험으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의미의 자유의지를 말하는데 우선 이것부터 틀렸다. 그런 자유개념은 개인의 내면적 심리를 기술하기 때문에 교환관계처럼 인간관계로 이뤄지는 시장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시장질서의 진정한 자유개념은 강매, 폭력, 허위광고, 경쟁방해 등 부당한 행동을 금지하는 제도적 틀 내에서 행동할 자유다.

두뇌과학의 책임개념도 틀렸다. 이는 ‘달리 행동할 수 있었음에도 이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걸 뜻하는 심리적, 개인적 차원의 개념이다. 진정한 책임개념은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에게 끼친 피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도덕은 인간관계를 안내하는 사회적 규칙이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舅습?있을 때 사람은 투자, 생산, 소비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자기 일에 노력과 열정을 쏟는다. 아마추어를 프로로 길들이는 게 책임 정신이라는 말이다.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만이 빈곤과 실업의 극복, 보편적 번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가난과 실패를 환경 탓으로 돌리는 사람에게는 성공 기회도 없고, 기껏해야 정치를 이용해 타인들이 번 돈을 뜯어먹는 무능하고 비생산적 활동만 있을 뿐이다.

책임정신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통한 기업 활동의 범죄화는 금물이다. 개인과 기업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탈규제·탈관료화가 필요하다. 자유가 없으면 책임윤리가 기능할 수 없고, 책임정신이 없으면 온정적 정부 개입으로 자유는 소멸된다. 그래서 자유와 책임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자유헌법의 기본 가치인 것이다. 첩첩이 쌓인 정부 간섭을 걷어내고 폭력, 사기, 강압 등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는 범법자를 엄격히 다스리는 게 스스로 책임지는 성숙한 시민을 위해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민경국 <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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