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를 계기로 새삼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뒤집어 보면 독일계 알리안츠가 한국에서 발을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3~4년 사이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탈(脫)한국’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2012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철수를 필두로 2013년 HSBC가 소매금융에서 손뗐고, ING그룹은 ING생명을 팔고 떠났다. 2014년 SC그룹이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매각했다. 지난해에도 씨티그룹이 씨티캐피탈을 팔고 RBS가 한국 지점을 폐쇄하고 철수했다.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한국을 뜨고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올 들어 석 달 새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등이 은행업 면허를 반납했다. 남은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어서 엑소더스는 계속 될 전망이다. 그동안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철수를 본사 구조조정 탓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한둘도 아니고 줄잡아 10여곳이 앞다퉈 떠나는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돈벌기 어려운 시장인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씨티가 진출한 아시아 18개국의 총자산이익률(ROA)이 평균 1.4%인데 한국에선 고작 0.4%에 불과하다. 관치와 규제로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설령 수익을 내더라도 금리, 수수료 등 가격규제가 가해지기 일쑤다. 심지어 한국의 관료와 정치인들은 금융을 복지수단으로 여겨 수시로 금융회사들의 손발을 묶는다. 그러니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먹을 것 없는 한국보다 한창 뜨는 동남아로 자산을 집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구미계 금융회사들이 빠진 자리는 주로 중국 자본과 일본 대부업체들이 메우고 있다. 선진 금융기법 전수나 금융 고도화와는 아예 거리가 멀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것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자본은 전혀 관심이 없어 중국이나 중동 국부펀드 외엔 타진할 곳도 마땅치 않은 탓이다. 역대 정부들이 호기롭게 내건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헛구호의 현주소다. 누가 한국 금융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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