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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박현주의 외국계 증권사 능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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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 임도원 기자 ] “국내 빅딜(대형 거래)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관사를 도맡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4일 홍성국 사장 등 KDB대우증권 경영진에게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는 “국내 증권사에 선진 금융을 공부한 유학파도 충분하고 해외 네트워크도 외국계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지 않느냐”며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이라도 고객 기업들에 딜 수행능력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 지적대로 국내 인수합병(M&A)이나 지분 매각 등 투자은행(IB) 분야 빅딜 자문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지난해 기업 M&A 부문에서 증권사들의 자문 실적을 집계한 결과 1~5위가 모두 외국계 증권사였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도이치증권),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공작기계 매각(크레디트스위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골드만삭스) 등 굵직한 딜에 국내 증권사는 참여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매각도 외국계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주관을 맡았다. 주요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난해 M&A 수수료로만 수백억원씩 챙겼다.

외국계가 빅딜을 독식하는 것은 업무 능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가 딜을 다룬 경험이 많다는 점과 해외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감안해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외국계가 시장에서 과대평가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IB 담당자는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에서 대형 기관투자가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글로벌 대형 IB라는 ‘이름값’에 끌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하는 등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화하면 각종 빅딜에서도 존재감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다고 실력도 덩달아 느는 건 아니다. 외국계 증권사를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력을 높이려는 각고의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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