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의 뉴스 view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1988년에는 국민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많은 제도가 도입됐다.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최저임금 등이 그것이다. 세계 최초로 최저임금을 도입한 나라는 뉴질랜드로 1894년이었다. 임금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우리 최저임금도 주된 목적은 저임금 근로자 보호다.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으로 물가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최저임금도 동반 상승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건다. 하지만 우리의 최저임금은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3년간 인상률은 연 6~7%대로 경제성장률(2~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1~2%)을 웃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프랜차이즈 편의점 등 자영업과 영세사업장, 경비·청소 용역업 등에는 고통으로 작용한다. 아르바이트생, 중고령자가 다수인 이들 업종은 최저임금이 곧 급여 규모가 된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고 경비원을 해고하는 것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업종에 따라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감 훌?때 최저임금은 노동시장 여건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거쳐 심의·결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노사교섭 형태로 이뤄진다. 노와 사, 공익을 대표하는 각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데, 사실상 노사단체 간 대리전 양상을 띤다. 민주노총은 올해도 일찌감치 내년 최저임금액으로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을 제시했다. 심의과정에서는 집단퇴장, 위원 사퇴 등 압박수단이 동원된다. 이런 이유로 노동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28년이 지났지만 제도의 틀은 그대로라는 점도 문제다. 최저임금액 산정 기초는 대개 통상임금이다.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 이외에 성과급 등은 제외된다. 일부 대기업에선 총액 기준으로는 최저임금액을 웃돌지만 기본급 중심으로 법적 잣대를 적용하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는 성과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라는 정부의 권고와도 맞지 않는다.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생활여건, 물가수준, 지급능력 등의 차이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지역·산업별로 차등 적용하고 미국도 주마다 최저임금이 다르다. 가구주나 아르바이트생에겐 별도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최저임금액이 얼마가 될 것인지와 함께 최저임금 결정 및 적용 과정 등에 대한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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