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상륙 테슬라 '모델3'
국산 전기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내년부터 본격 경쟁 돌입
6월 출시 현대차 아이오닉, 1회 충전에 최대 180㎞ 달려
배터리 개선·인프라 확대 등 경쟁력 확보방안 마련 시급
[ 장창민 / 김순신 기자 ]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신형 전기차 ‘모델3’가 공개된 지 3일 만에 돌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흔들고 있다. ‘테슬라 신드롬’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현대자동차가 오는 6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선보이고, 내년에 모델3가 국내에 상륙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도 무한 경쟁 체제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신드롬 일으키는 모델3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에 출시하는 모델3의 예약 판매 대수가 27만6000대를 넘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대당 평균 차량 가격이 4만2000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돈으로 약 13조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3일 만에 올린 셈이다. 배터리를 완전 충전하면 기존 일반 전기차의 두 배 이상인 346㎞를 달릴 수 있는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모델3를 선보이기 전부터 테슬라가 내놓는 차는 항상 화제였다. 2008년 나온 ‘로드스터’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394㎞가량 주행이 가능하고, 3.9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성능으로 자동차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12년에는 세계 최초의 프리미엄 전기차 세단인 ‘모델S’를 출시했으며, 작년 9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를 내놨다. 모델3처럼 낮은 가격을 자랑하는 ‘모델Y’도 곧 선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모델3의 흥행 돌풍이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업계 미래 전략 수립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TNS에 따르면 2025년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GM),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GM은 올해 말까지 신형 전기차 ‘쉐보레볼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1회 충전으로 320㎞ 운행이 가능하다.
닛산도 2010년 출시 이후 세계에서 20만대 넘게 팔린 ‘리프’의 차세대 모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폭스바겐은 2018년 골프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주행거리 늘리고 인프라 확충해야”
테슬라 신드롬의 영향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도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델3가 자동차 역사상 유례없는 인기를 끌면서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테슬라의 모델3가 한국에 상륙할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는 레이·쏘울EV(기아자동차), SM3 ZE(르노삼성자동차), 스파크EV(한국GM), i3(BMW), 리프(닛산) 등이다. 충전 시간이 가장 빠른 모델은 쏘울EV다. 주행거리는 148㎞다. 레이EV는 3500만원으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주행거리(91㎞)가 짧다.
새 모델도 등판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6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한다. 아이오닉은 28킬로와트시(㎾h) 용량의 배터리로 180㎞를 달릴 수 있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전기차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길다. 주행거리는 길어졌지만 가격은 4000만원 내외로 쏘울보다 낮췄다.
다만 국내 전기차 시장 ‘빅뱅’을 앞두고 토종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등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인증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기차에 있어 주행거리는 가장 큰 경쟁력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의 두 배 정도인 60㎾h짜리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해야 한다”며 “배터리 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을 통해 보다 싸고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확대도 전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 보조금 지원 차량을 8000대로 대폭 확대했지만, 지원금은 전년(1500만원) 대비 300만원 줄었다. 부족한 충전소도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은 모두 337곳에 불과하다.
장창민/김순신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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