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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거꾸로 가는 정치, 괴로운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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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4·13 총선은 한국 정치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체성을 무시한, 무원칙한 연대가 횡행했다.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공천, 계파 찍어내기 공천, ‘바지사장 셀프공천’ 논란은 한국 정치가 발전은커녕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표다.

야권 연대, 후보 단일화는 선거 내내 이슈가 됐다. 지난달 3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여야 접전지역이 늘어나자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연대하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연일 압박했다. 더민주는 수도권과 호남 등 곳곳에서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막판까지 안간힘을 썼다. 안 대표의 태도는 모호했다. 연대를 반대한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지역별 후보 단일화 추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용인하는 듯하기도 했다.

이념 성향 달라도 한 배 타

안철수·천정배·김한길 의원은 정치적 뿌리와 세력 기반, 이념 성향이 다른데도 국민의당을 함께 만들었다. 정치적 기반이 약한 안 대표는 호남지역 지지가 절실했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 의원은 안철수라는 대선 주자와 새정치 이미지가 필요했?

천 대표와 김 의원은 ‘망한 야당,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규정한 더민주와의 연대를 끊임없이 주장해 ‘자기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뜨겁게 토론한 끝에 갈라섰다고 했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표정을 싹 바꾼 것이다.

이질적 세력들의 조합은 충돌을 불렀다. 연대 문제를 놓고 안 대표가 천 대표·김 의원과 갈등을 벌인 끝에 김 의원이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서 사퇴했다.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 측이 서울 마포 당사 앞에 도끼를 들고 나타나는가 하면, 육탄전도 벌어졌다. 새정치는 어디가고 막장 드라마만 연출됐다.

공천 과정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천에서 배제당하자 적진에 뛰어들어 투항하고, 반대로 낙천자 이삭줍기에 나서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선 여론조사 경선에서 2등 한 사람이 단수 추천됐는데, 왜 그런 건지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다. 공천 룰과 원칙은 사라졌다.

유권자마저 손 놓을 수 없어

‘3김 시대’ 밀실공천에서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공천 헌납 파동으로 논란을 낳았지만 새 피 수혈을 위해 힘을 쏟기도 했다. 3김이 직접 인재 영입을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설득하고, 삼고초려도 했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지난달 31일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각 당의 갈등이 선거 뒤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총선 갈등은 ‘새발의 피’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돌고 있다. 갈등을 조율할 리더십은 여야 어디에도 보訣?않는다. 정치 혼란은 필시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은 이래서 중요하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에겐 투표 자체가 고역일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은 투표다. 링컨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고 했다. 심심산골 잎새의 이슬방울들이 모여 태평양을 이룬다. 정치가 ‘X판’이라고 해서 유권자들마저 손 놓을 수는 없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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