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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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의 창은 아름답다. 냉철하고 아카데믹해 보이기 때문이다. 맬서스의 전망은 과학적이었지만, 처방은 잔혹했다. 빈민의 거리를 더 비좁게 만들어 전염병을 돌게 하고, 구휼이 아닌 기아로 인구를 조절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러니는 그의 직업이 사업가가 아닌 성공회 목사였다는 것이다.
맬서스가 틀린 건 아니다. 식량은 산술급수로 늘고, 인구는 기하급수로 증가했다. 단, 요소 비료가 발견되기 전까지 그러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이 출간된 해는 1798년이고, 영화 [Far and Away]는 아일랜드의 감자 대흉년(1845~1852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식량 부족이 인구 이동을 촉발했다. 아일랜드 소작농은 미국으로 건너갔고, 미국의 한 축이 되었다. 미국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도 이 때 이민 온 아이리쉬의 후예이다.
맬서스가 놓친 건, 기술혁신이다. 유럽이 식량 위기를 극복하고, 전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질소비료로 인한 식량의 대량 생산이었다. 가장 흔한 질소로, 암모니아를 얻고, 이를 가지고 비료의 원료를 만들었다. 바로 독일의 프리츠 하버(1864~1934)와 카를 보쉬(1874~1940)가 만든 하버-보쉬 공정’이라는 기술 혁신이다.
보쉬란 이름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세계 최대 차 부품회사인 [보쉬]가 바로 그 회사이다. 자율 주행과 미래차 분야에서 보쉬는 여전히 돋보인다. 프리츠 하버는 독일 과학의 상징이다. 유태임에도 1차 세계대전에는 염소독가스를, 2차 세계대전에는 유태인 대학살에 사용된 질식 독가스를 개발했다. 이 역시 역사가 주는 아이러니이다.
저유가도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셰일 가스, 해저 유전 등 석유 기술의 발전이 저유가를 촉발시킨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하 공급 증가가 이유라면, 저유가 시대를 우려가 아닌 기대의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낮은 유가는 한국에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한 구조로만 볼 이유는 없다. 석유를 수입하여, 제조 수출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상을 뛰어넘은 저유가의 충격으로 인해 한국의 해외건설과 조선 업종은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해외건설이든 조선이든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된 건 아니다. 글로벌 경기가 돌아설 때, 저유가는 공포가 아닌 축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투자자들은 바로 직전 기억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비관론은 관성적인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선형적이지 않다. 맬서스가 틀렸던 것이 아니라, 이후 기술 발전이 가져올 변화를 몰랐을 뿐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저유가는 공포가 아닌 축복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strategy@ebests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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