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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흉악범 얼굴 공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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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모가 어린 자녀를 학대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이 같은 흉악범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해야 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부천 초등학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장검증을 하면서 부부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자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1항은 얼굴 공개 요건으로 △잔인하고 중대한 특정강력범죄로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것 등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법 8조2항은 공개하더라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남용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문제는 공개기준이 주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기에 모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논란이 끝없이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흉악 범죄 발생 때마다 되풀이되는 범인 얼굴 공개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외국도 공개할 뿐 아니라 추가 범죄 예방에도 필요"

얼굴 공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과거 엽기 살인범 등의 얼굴을 공개했으나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얼굴 공개가 어려워졌다며 원칙적으로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아동학대 살해 사건에서 즉시 아버지의 얼굴을 공개한 사례가 있고 일본에서도 흉악범이 미성년인 경우를 제외하면 신상 정보와 얼굴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범죄자의 인권보다 범죄 재발 방지와 국민의 알권리를 더 중요하게 판단해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든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등 다른 나라도 이번 친아들 시신 훼손 사건처럼 잔인한 범죄의 경우 얼굴을 모두 공개한다”며 “오원춘·박춘풍 등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한 전례가 있는데 더 끔찍했던 이번 사건에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니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 중에도 얼굴 공개에 찬성하는 이들이 있다. 한 강력계 형사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를 왜 익명을 쓰고 얼굴을 가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강력계 형사는 “범죄자 얼굴을 가리고 경찰 얼굴을 공개하니까 오히려 수사를 제대로 못 한다”며 “얼굴을 공개하면 범행을 막는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대 "현행법상 공개 까다롭고 무죄추정 원칙도 중요"

반대하는 쪽은 관련법의 얼굴 공개 기준 이외에도 경찰이 별도로 공개 여부를 정하는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여는 만큼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주먹구구 식으로 범인 얼굴 공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는 일선 경찰서별로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구성, 흉악범의 실명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번 부천 사건에서도 원미경찰서가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열어 얼굴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최씨 부부에게 숨진 최군 외에 딸이 있어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범죄자는 죗값을 치르는 게 마땅하지만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경찰은 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에 따라 부모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례법 35조는 수사관 등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한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언론 역시 아동학대 행위자를 포함, 피해 아동 등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범죄자 얼굴 공개가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정철호 안동대 법학과 교수는 “신상 공개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가 없고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 생각하기 "모호한 관련 법 규정 재정비 시급"

흉악 사건 범인이 검거되거나 현장 검증을 할 때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하곤 한다. 저런 사람들의 인권보다 재발 방지와 흉악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공개하라는 것이다. 즉흥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가면 문제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호송되거나 현장검증 단계에서는 대부분 피의자인 경우가 많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것은 맞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관계로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적인 법 상식이다.

물론 정황상 범인이 거의 확실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때는 관련법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얼굴이나 이름 등

신상공개 요건을 정해야 한다. 현재 관련 국내법은 규정이 모호해 해석상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만 해도 그렇다. ‘잔인하고 중대한’ ‘충분한’ 등의 주관적인 표현으로는 구체적 사건에서 공개 여부를 쉽게 가리기 힘들다. 입법기술상 좀 더 구체적 기준으로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5조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정보까지 비밀엄수 대상으로 정한 것 역시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흉악범 얼굴 공개 문제는 모호하고 잘못된 관련 법 규정 때문에 더욱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시급히 관련 법 개정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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