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증권부 기자 duter@hankyung.com
[ 김우섭 기자 ] “어떤 상품을 팔고 있는지 알아볼 방법이 없네요. 도대체 어떻게 투자하라는 건지….”
직장인 권대윤 씨(32)는 최근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기 위해 주요 대형 증권사에 판매 상품을 문의했지만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융당국에서 판매 상품 목록이나 수익률 홍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서”라는 이유였다. 권씨는 “근무시간을 쪼개 지점에 간다고 해도 상담 시간이 최소 40분이어서 하루에 한 곳 정도밖에 방문할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상품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14일 판매가 시작된 ISA 중 신탁형에 대한 상품 홍보를 전면 금지하면서 금융소비자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신탁형 ISA는 투자자가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별로 팔고 있는 상품과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본 뒤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판매사 홈페이지에 상품 목록을 게시하는 등 다수의 투자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을 봉쇄했다. 상품 내용을 홍보하는 것이 특정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선택을 유도하거나 제약할 수 있어 신탁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가입 희망자가 신탁형 ISA에 편입할 상품 정보를 얻으려면 지점을 방문하거나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밖에 없다.
신탁형 ISA를 판매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은행 13곳과 증권사 16곳 등 총 29곳이다. 예금을 비롯해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사마다 취급하는 상품은 제각각이지만 이를 비교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ISA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로부터 ‘깜깜이 투자’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 내부에서조차 신탁형 ISA가 기존 신탁과 다른 새로운 유형의 상품이어서 상품 목록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국민 재산 불리기’라는 본래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ISA 제도 설계에 참여한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문가 조언을 금융위는 되새겨봐야 한다.
김우섭 증권부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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