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과 같은 정치판에서도 부정(父情)은 어쩔 수 없었다. 경선 패배로 현역 컷오프라는 불명예를 안은 더불어민주당 박민수 의원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글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내 사랑하는 자식들에게'로 시작되는 이 글은 박 의원의 여동생이 17일 새벽 아버지가 가족카톡방에 올린 글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알려졌다.
박 의원의 아버지는 "돈 한 푼 없이 시작한 선거인데 여기까지 온 것도 그간 민수가 노력한 덕이었다"며 "그러나 선거에 최소한의 자금은 필수조건인데 무모하게 노력만 가지고 선거를 치르기에는 선거구변동이 가장 큰 장애였다"고 패배를 애석해 했다.
이어 "우리 민수는 나에게 40대 후반부터 세상을 살맛나게 해 준 효자"라며 "나에게 평생의 한인 고시합격, 국회의원당선. 이만하면 내가 돈은 없어도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게 세상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타의에 의해서이지만 여기서 미련을 버리는것이 오십을 조금 넘은 민수에게 최선의 길일지도 모른다"며 "이제 그만해도 넉넉한 효자이니 네가 행복한 일을 하여라. 모두 잊고 다시 출발하자. 우선 민수는 몸을 살리고 운동하며 앞 일을 설계하여라"로 끝을 맺었다.
박 의원의 여동생은 "아버지께서 새벽에 가족카톡방에 글을 올리셨다"며 "사적인 글이지만 이것 ?바로 우리 오빠를 무한 애정하는 우리가족들의 마음이라 어색함을 누르고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더민주 20대 총선 공천을 위한 완주·진안·무주·장수 경선에서 박민수 의원이 고배를 마시고 안호영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지난 1차때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실시된 2차 결선투표에서 신인 가산점을 받은 안호영 변호사가 박민수 의원을 제친 것이다.
박 의원과 안호영 변호사 간 경선은 19대 총선에 이어 리턴매치로 치러졌다. 두 후보는 고교 동문에다 동기, 그리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활동까지 겹쳐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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