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공천신청자가 무려 611명이라고 한다. 최근의 정당 지지도 등을 감안할 때 이 중 20명가량이 당선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에서 우리 사회의 적폐 중 적폐인 정치과잉의 한 단면을 확인한다. 사회적 먹이사슬 구도에서 여전히 정치권이 맨 꼭대기에 군림하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이들 중에는 실력 발휘가 기대되는 인사도 보인다. 그러나 법 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온 ‘갑질 국회’를 동경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한국노총 고위 임원이 셋씩이나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해온 노동개혁에 반대해 합의사항까지 뒤엎으며 반대투쟁을 벌이던 그 한국노총 말이다. 소위 양대지침(일반해고 및 취업규칙의 요건 완화)과 개혁법안 중 겨우 하나 남은 파견법 개정에도 그토록 극렬 반대해온 노동단체의 간부들이 정반대의 정치적 선택을 한 걸 어떻게 봐야 하나. 지금도 한국노총은 이번 선거에서 ‘반(反)노동자 정당 심판’이란 구호를 내걸고 있다.
이들만도 아니다. 한국노총에서는 전직 간부도 여러 명이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을 했다. 노조간부들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풍경은 한국노총만의 일도 아니다. 최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민주노총을 방문해서 했던 노조의 정치활동에 대한 쓴소리가 새삼 관심을 끈 것도 노동계의 이런 기형적인 정치활동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조는 아예 민노당을 사실상 결성해 지원해왔고 세계 최강의 전투력이라는 울산의 강성 노조들은 지역정치권을 은퇴 후 옮겨가는 자리 정도로 여긴다.
‘노동귀족’들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노리며 정치권을 맴돈다. ‘귀족노조’라는 소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현역에서는 귀족이요 간부로 은퇴하고 나면 ‘국회의원님’이 되는 그런 나라에서의 노동시장은 뒤죽박죽이다. 노동개혁은 요원해지고, 그만큼 노동 약자들의 고통만 깊어지고 있다. 썩은 정치꾼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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