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종사들 명예 훼손"
[ 김순신 기자 ]
조 회장은 지난 13일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며 비행 전 수행하는 절차를 조목조목 짚는 글을 올리자 직접 댓글을 달았다. 조 회장은 “전문용어를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없다”며 “운항관리사가 운항 전 브리핑을 다 해주고 운행 중 기상 변화는 통제 센터에서 분석해 주고 있는 상황에서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 운전보다 쉬운 오토파일럿(자동항법) 시스템으로 비행기가 운항되고 있어 긴박한 비상에서만 조종사가 필요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조종사의 근무 강도가 세다는 주장은 과시가 심하고 개가 웃을 일”이라며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그는 “알파고도 실수를 하죠. 그래서 조종사가 필요합니다”는 댓글도 남겼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조 회장의 댓글을 즉각 비판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이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라는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를 경찰에 고소했는데 회장은 잘못된 정보로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브리핑은 운항관리사가 작성한 서류로 대체되기도 한다”며 “브리핑이 없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임금 협상 문제로 조종사 노조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퇴직금 50% 인상, 연봉 총액 37% 인상’을 요구하면서 쟁의 행위를 투표로 의결해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대한항공 측은 조종사 노조의 쟁의 투표가 법적인 하자가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지난달 24일 회사와 조 회장을 근거 없이 비방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과 집행부 등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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