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소위 친노(親盧)세력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6선)을 비롯해 이미경(5선), 정호준 등 현역의원 3명을 20대 총선 공천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이로써 현역 탈락자는 컷오프(현역평가 하위 20%) 10명, 정밀심사 7명, 전략지역 공천배제 1명 등 총 21명으로 늘어났다. 불출마자 5명을 포함하면 재적 의원 108명 중 24%(26명)가 물갈이되는 셈이다.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서 현역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채택해 현역 탈락률이 10% 남짓한 수준(17명)인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내용을 뜯어보면 논란의 여지도 많다. 골수 친노세력은 손을 못 대고 외곽만 친다거나, 탈락기준이 자의적이고 인기영합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물갈이 비율도 19대 탈락률(27%)에 못 미친다. 국민의당은 즉각 “특정인을 표적 배제했다고 소위 친노 패권주의라는 큰 골격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하는 더민주의 공천이 국민의 눈길을 끄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막말 논란 의원에 이어 ‘원조 친노’까지 배제한 점은 충분히 평가를 받을 만하다.
더민주의 공천이 보여주기식 물갈이가 아니라 수권정당으로서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운동권 구호를 방불케 하는 정강·정책부터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있게끔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보인 장외투쟁 본능, 반대를 위한 반대, 북한에 대한 모호한 자세 등을 되풀이한다면 모처럼 주목받는 혁신 노력도 허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더민주는 청년 실업의 근본원인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대한 견해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아무리 민주노총과 대기업 강성노조가 지지기반이라 해도 정규직·비정규직의 이중구조를 부인하는 것은 정직한 자세가 아니다. 꺼져가는 성장 불씨를 되살리고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정책이면 무조건 ‘대기업 특혜’라고 색안경을 끼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새누리당도 생각이 있다면 친박 좌장이라는 서청원 의원, 국회선진화법 파행의 책임이 있는 황우여 의원 등 지도부부터 물갈이해야 할 것이다. 인적쇄신이 제대로 돼야 총선도 여야간 정책 대결로 발전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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