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은행들 '리스크 프리미엄' 더 붙여
주요 은행 신용대출금리 석달새 0.16%P 올라
시장금리는 0.2%P 떨어져
은행들 "금리 하락기에는 가산금리 높여 수익성 관리"
[ 김은정 기자 ] 은행 대출금리가 슬금슬금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한국은행이 부진한 경기 흐름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올 들어 시장금리(국채 금리)와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한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은행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차입자 신용도를 감안한 가산금리를 올렸고 이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8일 전국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개 주요 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7%로 지난해 말의 연 3.91%에 비해 0.1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장금리 흐름을 보여주는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0.20%포인트 하락했다. 시장금리가 떨어졌는데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가산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은행들은 설명했다. 각 은행의 신용대출 기준금리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했지만 가산금리가 최소 0.03%포인트에서 0.4%포인트까지 오른 영향이라는 것이다.
담보가 따로 없이 차입자의 개인 신용에만 의존하는 신용대출은 가산금리가 전체 대출금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에서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63.5%에 달했다.
은행들은 금융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국고채 등 다양한 시장금리를 적용해 기준금리를 산출한 뒤 가산금리를 붙여 최종 대출금리를 정한다. 가산금리는 차입자의 신용위험, 은행의 업무 비용, 목표이익률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각 항목의 가중치는 은행들이 자율로 책정한다. 일반적으로 차입자의 재무상태가 취약해 부실 위험이 클수록 가산금리는 높아진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흐름도 신용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5개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기준)는 연 3.16%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직후인 지난해 7월의 연 2.98%에 비해 0.18%포인트 올랐고, 올해 들어서만 0.06%포인트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부동산과 자영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계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대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여신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져 가계대출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저(低)신용자의 이탈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최근 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부진하게 나오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도 경기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부실 위험이 커지면 가산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은 최근 영업점장 전체회의를 소집해 신용등급이 낮은 차입자를 중심으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건전성 관리를 주문했다. 이 은행은 신용등급 1~2등급의 우량 차입자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우대금리를 주지 않거나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골라낼 방침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개인신용등급 1~10등급 가운데 5등급까지는 영업점장 권한으로 대출금리를 정해 집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요 은행에서 연 4% 미만의 신용대출 금리를 적용받는 차입자 비중은 지난해 12월 전체의 72%에서 지난달에는 66%로 뚝 떨어졌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산금리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은행의 금리 결정권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예대마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도 대출금리를 밀어올리는 한 요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가산금리를 높이고, 금리 상승기에는 가산금리를 그대로 유지해 은행들이 수익성을 관리한다”며 “최근에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건전성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 가산금리(spread)
금융회사들은 시장금리를 감안해 자체 산정한 기준금리에 차입자의 신용도에 따른 위험가중금리인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대출금리를 정한다. 차입자의 신용 위험이 커질수록 가산금리는 높아진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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