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파리=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지난달 27일 오전 프랑스 수도 파리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에펠탑. 탑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보안요원들이 일제히 가방 검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연신 ‘메르시(merci:프랑스어로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여성들의 핸드백까지 일일이 들여다봤다.
같은 날 오후 카페가 밀집한 파리의 대표적 번화가인 생제르맹거리.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비는 가운데 군인들이 무장한 채 순찰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박물관, 에투알 개선문 등 파리의 관광 명소에서도 무장 군인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달 20일은 세계에 큰 충격을 안긴 파리 연쇄테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작년 11월13일 파리 축구장과 극장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총기난사와 폭탄테러로 1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자가 파리 테러 100일째인 지난달 20일부터 1주일간 둘러본 파리 시내에선 참혹한 테러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요 관광명소에서 가방 검문이 강화되고, 무장 군인들이 시내 순찰을 도는 것을 제외하면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현지 동포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테러 100일을 맞아 특별한 기념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카페에 앉아 와인과 커피를 즐기는 파리 시민의 모습도 여전했다.
시내는 테러 발생 전과 마찬가지로 세계 관광객들로 붐볐다.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파리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11월 테러 발생 후 급감했다가 올 들어 평년치를 거의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 현황 기준으로는 다음달 예정된 방문객 수가 평년을 오히려 넘어섰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의 표정에선 불안함이 엿보였다. 기자가 만난 현지인들은 “조만간 테러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시내 주요 명소에서 검문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형식적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었다. 에펠탑과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장소에서 가방 검사는 보안요원이 눈으로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더욱이 테러조직이 공연장, 레스토랑 등 민간인이 자주 오가는 장소를 새로운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어 치안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곳곳에서 이슬람 난민들이 활개치는데 언제 어디서 테러가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는 한 현지인의 얘기가 귓가에 울렸다.
파리=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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