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장 sgtkpk@kbiz.or.kr >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전래동화다. 형은 새살림을 시작한 아우에게 쌀이 더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 자기의 볏단을 몰래 가져다주고, 동생 역시 식구가 많은 형이 쌀이 더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 볏단을 몰래 가져다준다는 내용이다.
필자의 형도 그런 존재였다. 필자는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형의 뒤를 졸졸 따라 초등학교를 다녔고, 형이 남긴 책과 공책으로 공부했다. 형은 친구가 준 뻥튀기를 주머니에 남겨 가져다 주곤 했고, 딱지를 모두 잃은 날은 자신의 딱지를 잠자는 내 머리맡에 놓아줬다. 형은 때론 친구가 돼 고민을 덜어 줬고, 때론 아버지가 돼 인생의 길잡이가 돼 줬다.
1970~1980년대 우리 경제계엔 형과 같은 기업가가 많았다. “이봐, 해 봤어”로 대표되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중동시장에 진출해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였고, 자동차와 중공업 등을 한국 주력산업으로 성장시켜 수만개 중소기업의 선봉에 섰다. 산업화 초기에 대기업으로 성장한 창업가들은 기업보국의 정신으로 경영 성과를 중소기업과 함께 나누면서 든든한 맏형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2·3세대를 넘기면서 창업 초기 기업가 정신은 쇠퇴하고 있으며,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1980년대 대기업의 91% 수준이던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현재 약 62%까지 낮아졌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 생산현장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과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낙수효과는 줄어든 반면,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을 실천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모든 국민의 “잘살아 보자”는 믿음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형과 동생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중소기업은 도전과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정부는 대·중소기업의 공생 발전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제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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