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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 블루레이 2000여장 선판매…소장용 사들이는 팬덤형 소비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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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킬미, 힐미' 등 팬 요청에 블루레이로 발매
엑소 앨범, 멤버별로 구입

팬덤형 소비
스포츠·영화 등의 팬층을 뜻하는 '팬덤(fandom)'이 이끄는 소비문화



[ 고재연 기자 ]
지난달 1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열성 팬인 회사원 김유진 씨(26)는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드라마 팬들이 ‘응팔’ 블루레이 제작을 추진한다는 것. 만만찮은 가격(27만5000원)이었지만 김씨는 재빨리 ‘선입금’을 했다. 그는 “VOD(주문형 비디오)나 다운로드를 통해서도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지만 촬영장 뒷이야기, NG 장면을 포함한 미공개 영상은 블루레이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씨처럼 아직 블루레이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확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낸 사람은 2000명이 넘는다.

실용적인 목적보다 소장용으로 블루레이, 앨범(CD) 등을 사들이는 ‘팬덤형 소비’가 늘고 있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시 보기 위해 20만원이 넘는 블루레이를 사고,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수십 장씩 구입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VOD나 온라인 다운로드, 스트리밍을 통해 영상과 음원을 소비하면서 전체적인 DVD, 앨범(CD)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특이 현상이다.


드라마 블루레이 제작 수요 급증

드라마 블루레이는 일정 수 이상의 팬이 직접 드라마 제작사에 제작을 요청하는 ‘오더 메이드’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일반 영화 블루레이는 3만~4만원대지만, 드라마 블루레이는 2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그래도 금세 판매가 끝난다.

CJ E&M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등 팬 사이트에서 수요를 파악해 회사 측에 알려주면 이를 토대로 제작 여부를 결정한다”며 “출연자 인터뷰, 미공개 영상 등 어떤 내용을 추가할지 팬들이 미리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22만원)가 최초로 드라마 블루레이로 제작된 데 이어 KBS ‘조선총잡이’(25만3000원), SBS ‘별에서 온 그대’(25만 3000원), MBC ‘킬미, 힐미’(25만3000원) 등이 팬들의 요청으로 블루레이를 발매했다. ‘응팔’은 중국 팬들을 위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微博)에 홍보 창구까지 마련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출판계의 초판본 바람, LP판의 부활에서 나타나듯 문화계 전반에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은 돈을 더 들이더라도 소장하고 싶어하는 ‘가치소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흔하지 않은 소재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작은 사치’를 부리는 팬덤형 소비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SM 등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

SM엔터테인먼트는 팬들의 이런 소비심리를 이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11일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에선 엑소(EXO) 겨울앨범 ‘싱포유(Sing for you)’를 사려는 팬들이 교보문고 입구에서 광화문역 승강장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들은 적게는 10장, 많게는 20장씩 앨범을 사 갔다.

앨범은 한국어판, 중국어판으로 나눈 뒤 멤버별로 표지를 다르게 제작했다. 각각의 앨범에는 멤버별 ‘포토 티켓’도 한 장씩 들어 있어 팬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김 평론가는 “SM은 내용물뿐만 아니라 음반 패키지에도 큰 공을 들여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필수 소장 콘텐츠’로 만든다”며 “팬들이 제품을 사면서 ‘나만의 무언가’를 가진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엑소의 앨범 판매량(각종 앨범 판매량 합산, 가온차트 기준)은 170만6174장이다. 2위 방탄소년단(47만7799장), 3위 빅뱅(42만5104장), 4위 슈퍼주니어(33만3601장), 5위 샤이니(26만279장)를 모두 합친 숫자보다 많다. 앨범 평균 가격이 1만7800원이므로 지난해 엑소 앨범 판매액은 약 303억원에 이른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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