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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O 빅3', 이름만 바뀐 '상생협약'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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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위안(案) 규제 유지…외국계 기업만 배불려"
중기단체 "대기업, 시장장악 의도" 강력 반발



[ 남윤선 기자 ] 국내 최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인 LG계열 서브원을 비롯한 일부 대형 업체들이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시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중소 MRO 업체들은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서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동반성장위는 대기업 MRO의 중소기업에 대한 영업을 제한하는 ‘MRO 가이드라인’을 없애고 상생협약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갈등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시 불거진 MRO 논쟁

18일 동반위에 따르면 서브원 아이마켓코리아 KEP 등 대형 MRO 업체들은 상생협약안이 영업을 제한하고, 중견기업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MRO 사업은 동반위가 2011년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제한해왔다. 연 매출 3000억원 이상 MRO 기업은 연 매출 3000억원 이상 기업하고만 거래하도록 강제한 것이 골자다. 2014년 말 3년간의 가이드라인 지정 기간이 끝나자 동반위는 이를 기업 간 상생협약으로 바꿔 시행하기로 하고 양측에 참여를 독려해왔다.

다만 상생협약에도 대기업의 사업을 규제하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중에서도 비교적 작은 규모로 MRO 사업을 하는 SK(행복나래) 포스코(엔투비) KT(KT커머스) 등은 이 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서브원 아이마켓코리아 KEP 3개 대형 업체는 상생협약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서브원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사업규제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어떻게 협약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 나올 때까지 협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용재협회, 골판지포장조합 등 중소기업 조합들은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단체들은 “업계 1위인 서브원 등이 상생협약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RO사업 위축

정부의 가이드라인 지정 기간 국내 기업의 MRO 사업은 오히려 위축됐다. 삼성은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인터마크에 매각했고, SK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다. 한화 웅진 등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했다. 중소 MRO 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늘지 않았다. 동반위 조사에 따르면 2011년 17조76억원에서 2014년 16조7533억원으로 1.5% 감소했다.

반면 외국계 기업들은 잇따라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세계 1위인 미국 그레인저와 독일 뷔르트 등이 2014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에 한국 사업을 하던 미국 오피스디포와 프랑스 리뮬?등도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가이드라인이 외국계 기업의 시장 점유율만 넓혀줬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동반위가 가이드라인을 상생협약으로 바꾸기로 한 것도 실효없는 규제로 강제하기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업계에서는 동반위의 지지부진한 의사결정 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2014년 말 가이드라인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새로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동반위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1년 더 가이드라인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6월 ‘상생협약을 제정하겠다’는 원칙만 세웠다.

하지만 그 뒤로도 6개월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의견 간극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위는 기업들을 만족시키지도 못했고 시장을 키우지도 못했다”며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 MRO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의 머리글자로 기업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을 뜻한다. MRO 업체는 생산과 관련된 원자재를 제외한 기업에 필요한 모든 소모성 자재를 구매·관리하고 컨설팅하는 업무를 한다. MRO 업체가 공급하는 물품은 필기구, 복사용지·프린터 토너 등의 사무용품부터 각종 설비나 장비를 정비하는 데 사용하는 공구·기계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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