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북2·신월곡1구역 결합개발
개발 가능성 낮은 성북2 용적률 80%P 떼어내
길음역세권 개발에 합쳐 고층 대단지로 건설
[ 홍선표 기자 ]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12년간 폐허로 방치된 서울 하월곡동 옛 집창촌 지역(속칭 ‘미아리 텍사스’)을 22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시키는 밑그림이 제시됐다. 이곳 신월곡1 재개발구역은 인접 재개발구역의 용적률을 넘겨받아 두 구역을 공동개발하는 ‘결합개발’ 방식으로 처음 추진돼 건설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와 성북구청은 ‘성북2·신월곡1구역 결합정비구역지정안’에 대한 주민 공람을 시작한다고 18일 발표했다. 결합구역지정안에는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 합) 거래를 통해 성북2구역과 신월곡1구역을 한데 묶어 재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북2구역에서 줄인 용적률 80%포인트를 신월곡1구역으로 넘겨 이 지역에 기존 용적률 제한을 뛰어넘는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결합구역 지정안에 따라 길음역 역세권(서울지하철 4호선) 하월곡동 88 일대(대지면적 5만5112㎡)에 자리 잡은 신월곡1구역의 사업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용적률이 종전 600%에서 680%로 높아졌으며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1층 바닥면적)도 50%에서 60%로 상향됐다. 건물도 종전 최고 120m에서 150m로 높아진다. 상업시설 면적을 줄이고 주택 비중을 높여 기존 정비 계획(1192가구)보다 1059가구 많은 2251가구의 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용적률을 내준 성북2구역 조합은 향후 48.5%포인트의 용적률에 해당하는 만큼의 개발 이익을 돌려받아 지역 내 기반시설 설치와 주민복지시설 건설에 사용한다. 신월곡1구역 조합 관계자는 “대형 주택형을 줄이고 중소형 주택 위주로 아파트를 지어 사업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월곡1구역은 2005년 뉴타운(균형발전촉진지구)으로 지정되며 정비사업이 처음 논의됐다. 2009년 재개발조합을 설립하고 롯데·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사업을 본격 추진했지만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수년간 사업이 중단됐다. 신월곡1구역 조합은 2012년 인근 성북2구역 조합과 함께 결합개발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로 사업성을 높여야 하는 신월곡1구역 조합과 언덕 위에 있어 고층 개발이 어려운 성북2구역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두 조합이 합의한 용적률 거래 조건·개발 방식이 통과되며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두 조합의 결합개발을 승인하면서 신월곡1구역의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까지 성북2구역의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결합용적률 환수 여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박상철 신월곡1구역 비상대책위원장은 “상황이 다른 두 구역을 묶어서 개발하다 보니 한 곳의 사업이 잘못되면 다른 곳의 사업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 결합개발
개별적으로 는 개발이 쉽지 않은 두 인접 지역을 하나로 묶어 개발하는 방식. 지형 특성과 주변 문화재 보호 때문에 고층으로 짓기 힘든 A구역 용적률을 줄이는 대신 B구역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 용적률을 내준 A구역은 그 대가로 B구역 재개발 이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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