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8개월째 동결
"통화정책 만능 아니다…일본처럼 부작용 겪을 수도"
시장에선 내달 인하 기대…국고채 금리 되레 내려
[ 김유미/황정수 기자 ]
예상됐던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설명은 길고 구체적이었다.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최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사례로 들었다. 의도했던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금융시장 위험이 더 컸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도 금리 인하 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대효과 장담 못해
금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에서 8개월째 동결했다. 이 총재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은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조정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일본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정사실화됐던 미국 금리 인상도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환시장도 최근 들어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살아나는 듯했던 내수가 꺾일 조짐을 보인 데다 수출이 급감하면서다. 하지만 설 연휴 기간 북한 미사일 사태가 터지고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리를 내리면 국내 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한 달여 사이에 시장 기대가 많이 바뀌었고 우리가 고려해야 할 대상이 더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타산지석 삼아야
다른 중앙은행의 행보 역시 신중론의 근거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경기에 대한) 단기대응책일 뿐 구조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없다”며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그 이후 추이가 (통화정책의 이런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통화정책을 직접적으로 평가하는데 늘 신중했던 이 총재로선 이례적인 발언이다.
그는 “일본은 엔화 약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목표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그 경로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대외 여건이 워낙 불안정하다 보니 새 제도도 묻혀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 기대효과가 확실치 않은데 그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된다”고 판단했다. 한은이 작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을 시중통화량으로 나눈 통화유통속도는 지난해 3분기 0.71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통화량은 늘었는데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로 가지 않다 보니 돈이 안 돈 것이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비통상적인 완화정책을 편 지 7~8년이 됐는 ?이에 대한 교훈은 분명하다”며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하 기대감은 여전
다만 향후 금리 인하 여지를 닫진 않았다. 그는 “금리 추가인하 여력이 있다는 평가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하성근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는 소식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3%포인트 내린 연 1.431%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득실 논란을 고려할 때 향후 금리 조정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나올 경기지표 등이 변수로 꼽혔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소수의견이 등장한 만큼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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