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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금통위원들 '소통'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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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시대, 소통 늘리는 게 해답"
이주열 한은 총재, 금통위 회의 후
소수의견 낸 금통위원 즉시 공개
대학 강연 등 외부 활동도 늘리기로



[ 김유미 기자 ]
‘회의실 밖에선 침묵이 금(金)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의 원칙이었다.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은 연설이나 강연, 인터뷰도 나가지 않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다. 이처럼 내성적이던 금통위원들이 광장으로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소수의견을 낸 위원의 실명을 즉시 공개하고, 외부 강연을 늘리는 등 소통 강화 방안을 세우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엔 소통을 늘리는 것이 해답이란 결론에서다.

소수의견은 금리향방 중요한 단서

한은 관계자는 16일 “금통위와 시장 간 소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금통위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는 이날 금통위 전체회의 직후 바로 드러났다.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하성근 위원 한 명은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고 밝힌 것이다. 회의 당일 소수의견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금통위의 소수의견은 향후 금리 방향을 점치는 중요한 단서다. 하지만 회의 직후엔 소수의견이 몇 명인지만 공개됐다. 그나마 이주열 총재 취임 전엔 소수의견이 있었는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소수의견을 낸 위원의 실명은 2주 뒤 금통위 의사록을 봐야만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2013년 4월 금리 동결 직후가 그랬다. 회의 직후 한은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만 밝혔다. 각종 루머가 나올 때마다 채권금리는 요동을 쳤다. 시장에선 금통위원 대부분이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2주 뒤 의사록을 보니 동결 4표, 인하 3표로 팽팽했다. 뒤늦은 금리 인하 신호에 시장은 불만을 쏟아냈다.

뚜렷해지는 매와 비둘기

한은이 실명 공개에 나선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각국 통화정책이 엇갈린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다 금융시장의 진폭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 전문가들은 소수의견 정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금리 전망을 쏟아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하성근 위원은 가장 공격적으로 인하 주장을 펼쳐온 인물”이라며 “그가 소수의견을 내고 3~4개월 뒤 금리 인하가 이뤄지곤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통위에서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매파(통화긴축론자)’와 성장을 우선시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론자)’ 간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주목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위원들의 성향이 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강연이나 언론에서 의견을 활발히 내놓는다. 이런 정보는 다음 통화정책 결정 전까지 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신호가 된다.

이와 달리 한국 금통위원들은 공개적인 활동을 꺼렸다. 소견을 밝혔다가 괜한 잡음을 낼까봐 걱정해서다. 이 때문에 위원들의 성향은 소수의견이 나왔을 때만 판단할 수 있었다. 인하를 자주 주장한 하 위원이 비둘기파라면, 인하 때마다 동결을 외친 문우식 위원은 매파라는 식이다.

“숙제해놓고 나간다”

앞으로 한은은 금통위원들의 대외 활동도 늘릴 방침이다. 대학 강연이나 학술 활동도 지원하기로 했다. 금통위원들의 부담도 작진 않다. 소통이 늘어날수록 개개인의 전문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입으로 통일됐던 목소리가 흩어져 혼란이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금통위원은 “부담은 있지만 필요할 때 시장과 잘 소통하면 통화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역시 금통위원의 임무”라고 말했다. 차기 위원들을 위해 숙제를 해놓고 간다는 말도 했다. 오는 4월 말 문우식 정순원 정해방 하성근 위원은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한은을 떠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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