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전성시대 (4) 안산 외과 전문 한사랑병원
수술 실력 입소문 나며 환자 몰려
국내 두 개뿐인 외과 전문병원 성장
전문의 8명, 24시간 365일 수술
[ 이지현 기자 ] 2006년부터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줄기 시작했다. ‘외과의 위기’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왔다. ‘중소도시에서 수술만 하는 외과병원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그해 이천환 한사랑병원장(사진)은 경기 안산에 한사랑외과를 열었다.
수술만 잘하면 환자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이 원장은 매일 오후 10시까지 메스(수술용 칼)를 잡았다. 밤 12시에 퇴근하는 날도 많았다. 점심이나 저녁을 거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수술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개원 두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9개 병상으로 시작한 한사랑외과는 동네의원 최대인 29개 병상 규모로 커졌다.
5년 뒤인 2011년 이 원장은 76병상 규모의 한사랑병원 문을 열었다. 2013년 말에는 외과의 영어표현(surgeon)을 따와 서전의료재단을 세웠다. 이 원장은 한사랑병원을 “외과 의사가 자신들이 배운 수술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병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계 최고 외과 전문병원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사랑병원은 국내 두 개뿐인 외과 전문병원 중 하나다. 이 병원에 근무하는 외과 전문의는 8명이다. 응급 환자가 오더라도 365일, 24시간 외과 전문의에게 수술받을 수 있다. 이 원장은 “외과의사에게는 몸에 밴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한밤중에도 언제든 수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한사랑병원은 외과의사가 세운 병원이다. 간호사, 환자 등의 동선이 수술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환자가 오면 빠른 시간에 결정해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실에 대학병원 수준의 공기 정화시설도 갖췄다.
이 병원 의사들은 매주 목요일 아침 다른 의사의 수술 결과를 보고 토론을 한다. 때론 날 선 비판이 오간다. 한 달에 한 번 모든 과 의료진이 모여 다른 과의 질환을 학습한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열린 한 외과학회에서 구멍을 하나 뚫는 내시경 수술인 단일공 복강경 수술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직원들에게 환자와 싸우지 말자, 동료와 친하게 지내자, 항상 공부하자 세 가지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여러 직함을 갖고 있다. 안산희망재단 이사장도 그 중 하나다. 병원 앞엔 사할린 동포 거주지가 있다. 10년 전 한사랑외과 문을 연 선부동에는 새터민이 살고 그 옆엔 고려인 거주지가 있다. 이 원장은 “다양한 사람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안산에서 우리 병원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역할이 봉사”라고 했다. 재단을 통해 고려인을 위한 진료비 기금을 마련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하지정맥 馝?방치해 걷지 못하던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포기했던 환자가 치료 뒤 ‘고맙다’며 수박을 들고 2층 진료실에 걸어 올라왔던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이 모범을 보여 많은 외과의사가 수술하기 좋은 병원을 짓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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