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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무인차 사고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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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6년 전 무인자동차(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한 구글이 그동안 발생한 무인차 사고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해 말 펴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의 사고가 모두 11건으로 다른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보다 기계가 안전하다는 구글 측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보고서였다. 하지만 미 캘리포니아주는 사고를 다른 각도에서 분석했다. 즉, 무인차는 운전스타일이 사람과 달라 혼선을 빚어 일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 좌회전과 직진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느끼지 못해 일어난 충돌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모든 자동차 운전에 운전면허를 소지한 인간의 탑승을 의무화하는 독자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 규제안은 결과적으로 무인차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구글은 반발했다. 인간 운전자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주관적 착각이며 기계(로봇)에 맡기는 게 더 안전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구글은 특히 구글차는 핸들과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기존 차량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결국 연방정부에 이 문제에 대한 질의를 내기에 이르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로봇이냐 인간이냐 하는 이 질문에 로봇도 운전자로 본다는 답을 내놨다. 구글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바로 운전자라는 판단을 구글 측에 보냈다는 소식이다. 전통적 의미의 운전자, 다시 말해 사람이 꼭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좋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운전자 동승 논쟁은 이로써 일단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쟁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보험업계다. 미국 보험회사들은 AI가 운전자가 된다면 사고가 덜 나며, 나더라도 관련 시스템을 개선해 갈수록 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교통사고 원인의 90%가 운전자 과실이며, 도로나 차량 원인은 10%에 불과하다. 기계가 운전자가 되면 보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운전면허 학원 등 다른 연관 분야도 이 논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정작 AI 연구의 선두격인 IBM은 자사 컴퓨팅 시스템인 왓슨을 인공지능으로 부르는 데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할을 보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어떻든 인간이 운전대를 놓게 되는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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