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사회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민음사/ 392쪽/ 1만8000원
[ 송태형 기자 ] 사람들은 종종 나중에 찾아올 고통이나 괴로움을 알면서도 순간의 즐거움이나 만족을 좇는 선택을 한다. 지병이 악화될 것이 뻔한데도 눈앞에 있는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거나 카드 대금 연체를 걱정하면서도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구입한다.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이 같은 ‘시점 간 선택의 비합리성’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개의 반자율적 자아’란 개념을 고안했다.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는 자아’와 ‘원시안적으로 계획하는 자아’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폴 로버츠는 《근시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지금의 미국 사회를 ‘충동사회’로 규정한다. 순간의 만족과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는 자아’가 팽배하고 그런 자아의 행동을 부추기는 사회라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역사적 고찰과 현상 분석을 통해 충동사회의 근간을 산업 생산량 증가에 따른 소비자 경제의 발전,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 등에서 찾는다. 현대 미국 사회의 여러 병폐를 모두 근시안성이란 틀에 맞춰 설명하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고 산만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미국 선두 기업들이 주가와 직결되는 단기 이익에 급급해 창조적 파괴보단 점진적 혁신만 좇고 있다”는 지적 등 날카로운 통찰이 곳곳에 배어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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