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중동붐' 기대에 문의 빗발
"신정국가라 곳곳이 지뢰밭"
중견·중소기업 진출 해볼만
[ 김병일 기자 ]
“문의 전화가 빗발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배지영 변호사(사법연수원 38기)는 들뜬 목소리로 이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작년 11월 한국 로펌으로는 처음 테헤란에 사무소를 내고 이란 법률시장에 진출한 법무법인 지평의 배 변호사는 ‘제2의 중동붐’을 꿈꾸는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이 찾는 변호사가 됐다. 배 변호사는 “우려와 달리 경제제재가 신속하게 해제됨에 따라 테헤란은 쇄도하는 외국인 방문객으로 분주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핵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로펌마다 기업의 법률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동 전문 변호사들은 “이란은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는 두 얼굴을 가진 땅”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침착하게 법률가의 조언에 따라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이란을 수시로 오가는 신동찬 변호사(26기·율촌)는 “길목을 잘 지키고 있었더니 좋은 조짐이 보인다”고 반가워했다. 그에 따르면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등 건설 쪽과 발전기·터빈 등 중공업 관련 국내 기업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지뢰밭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이란은 강력한 신정국가인 데다 앞으로 핵 관련 활동을 재개하면 이전의 경제제재가 자동으로 부활하는 ‘스냅백(snap back) 조항’ 위험이 남아 있다. 외국인 투자 관련 법도 있지만 법 위에 종교와 정치가 있는 나라다. 신 변호사는 “분쟁은 현지 법정보다 국제 중재로 해결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웅식 변호사(사법시험 3회·세종)도 “핵 포기 대가로 국제적 제재만 풀렸을 뿐 미국 등 개별 국가의 제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에 따르면 석유나 가스 등 핵심 이권은 최고 종교지도자와 혁명수비대 등 강경파의 손아귀에 있다. 오는 16일 총선 결과에 따라 지금의 해빙무드가 원상 복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현종 변호사(39기·태평양)는 “단기간에 이익을 회수하려고 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2월까지 5년간 LG전자 중동·아프리카 법무팀장으로도 일했던 그는 “이란 정부는 기술뿐 아니라 자본도 함께 가져오고, 제조공장을 지어 아랍지역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투자자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떤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신동찬 변호사는 화장품 등 소비재나 유통, 호텔 등 리조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그는 “‘대장금’ 시청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한류 열풍이 거세다”며 “온몸을 천으로 가리고 있는 중동 여성들도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서방 국가와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신웅식 변호사도 “당분간은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부품, 제약, 병원, 유아용품, 식당 등이 추천 종목이다. 그는 “당분간은 연락사무소 정도만 두고 구체적인 사업 진행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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