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청년위원회 위원장, 취업·창업 대학생 5인과 '솔직토크'
창업성공 3대 요소 있어
혁신 아이디어만 있다면 투자자는 도처에 있다
창업 실패해도 값진 경험
공대 출신, 취업 후 창업 가능
스타트업서 배우는 것 추천
[ 공태윤 기자 ]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52)은 대학 졸업 후 12년간 회사원(LG종합기술원 책임연구원)으로, 또 12년은 창업가(기업 시스템 통합 솔루션 회사 지엔씨텔링크)로 일했다. 이런 이력 덕분인지 그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거쳐 지난해 12월10일 제3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취업과 창업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는 그를 지난달 25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 위원장과의 ‘솔직토크’에는 대학생 창업가 김병재 서울대 창업동아리 회장, 360도 영상 앱(응용프로그램) 개발 벤처 ‘나인VR’ 이재환 대표, 디자인 아티스트 에이전시 ‘k·u·w’ 이승환 대표와 취업준비생 임세연, 임은혜 씨가 참석했다.
▷이승환: 휴학 상태로 계속 졸업 유예 중이다. 서강대가 ‘창업휴학’제도를 마련했지만 상당수 대학에는 창업 지원 제도가 없다.
▷박용호 위원장: 창업은 취업의 대안이 아니다. 청년위원회가 창업을 이야기하는 것은 창업이 우리나라 미래를 먹여살릴 방법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카카오가 청년 일자리를 만들었다. 제2, 3의 네이버, 카카오가 나와야 한다.
▷이재환: 정부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이 하이테크산업에 편중된 게 아닌가.
▷박 위원장: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통과가 시급하다. 하이테크에 지원이 치우쳐 있는지 정책적으로 다시 살펴보겠다. 우버택시나 에어비앤비는 하이테크라기보단 혁신 아이디어다. 구체적인 지원 사항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이인호 멘토를 찾으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김병재: 최근 온라인 중고차 매매 ‘헤이딜러’ 폐업 사태를 보면서 창업 대학생들은 국내보다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고 싶어 한다.
▷박 위원장: 나도 창업과 회사 매각 후 미국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해외시장은 국내보다 더 큰 정글이다. 무조건 미국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보다 일단 한국에서 검증과 훈련을 받고 해외로 나갈 것을 권한다.
박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수차례 언급했다. 서울 KT광화문빌딩 서관 1층에 있는 센터는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365일 24시간 문이 열려 있다. 스타트업 트렌드, 창업 크라우드펀딩, 창업 시뮬레이 ?워크숍 등 창업 관련 강의가 연중 열리며 온·오프라인 창업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임은혜: 취업은 고사하고 실무 경험조차 얻기 힘들다.
▷박 위원장: 인턴 경험은 자신의 적성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기업과 교육부·고용노동부에 인턴 기회를 넓혀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겠다. 인턴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말하는 알려지지 않은 인턴 자리와 정규직 전환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겠다.
▷임세연: 여대생은 취업이 더 어렵다. 토익 만점을 받은 친구들도 취업이 안 되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낭비 아닌가.
▷박 위원장: 딸만 둘이다. 첫째는 대기업에서 장학금을 받아 취업 걱정이 없는데, 둘째는 중등교사가 되고 싶어 한다. 임용고시가 만만찮다고 하는데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절망만 해선 안 된다. 창업과 해외 취업으로 시야를 넓힐 것을 권한다. 창업가는 대부분이 남성이다. 디테일에 강한 여성들이 창업을 하면 오히려 더 신뢰하게 되고 조직도 유연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청년위도 대기업 못잖은 알짜 중소기업을 발굴해 소개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창업 스토리도 들려줬다. “35차 방정식을 풀고, 해외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일도 재미있었지만 꿈을 잃어버린 것 같아 서른여섯 살 늦은 나이에 대기업에 사표를 냈습니다. 창업 후 아내에게 월급을 못 갖다줄 때도 있었지만 마음은 청춘이었죠.” 그는 “머리가 하얗게 셀 만큼 창업은 힘든 과정이었다”며 “그러나 이를 통해 ‘깡’과 ‘배짱’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환: ‘20대 대학 시절 창업’과 ‘취업 후 창업’ 중 어떤 것을 추천하고 싶은가.
▷박 위원장: 인문계 출신이라면 기업 근무가 창업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과장까지 하고 나와서 창업하는 것도 반대다. 머리는 굳어지고 특별한 강점이 없다면 더욱 문제다. 임원까지 지내 네트워크를 쌓은 뒤라면 모를까. 공대 출신이라면 대학 재학 중 해도 좋고 기업체 연구소 프로젝트 수행 경험도 큰 자산이 된다. 가장 좋은 사례는 스타트업에서 3~4년간 배우는 것이다. 거기서 창업의 사이클을 보면서 창업 생태계를 몸으로 체득한 뒤 창업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창업 성공의 3대 요소는 협업할 수 있는 좋은 팀, 놀라운 경쟁력이 있는 핵심 아이디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다. 혁신 아이디어만 있으면 투자자는 도처에 널려 있다.
▷임은혜: 창업하다 실패하면 다시 취업하기가 어렵다. 취업연령의 골든타임을 넘기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 창업에 대한 수업료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창업 수업료를 치른 친구들을 채용한다면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SK, LG 등 대기업들이 특이한 전형을 통해 창업 경험자들을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젊은이들에게 돈보다 소명에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했다. “돈에 맞춰 일하면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 남지만,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라는 선물이 옵니다. 이것이 제가 지금껏 살면서 깨달은 진리입니다.”
■ 청년위원회, 창업체험 기회 놓치지 마세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올해 예비창업가를 대상으로 창업 체험과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 대학로, 강남, 홍대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스타벅스에서 창업 멘토링도 진행한다.
청년위는 올해 청년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청년 창업 활성화와 유망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지방 대학에 취업진로 정보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청년버스’, 군장병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진로 서비스 ‘병영멘토링’, ‘청년 근로권익 개선 캠페인’ 등을 올해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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