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최저치
'여소야대' 노무현 정부보다 낮아
서비스법·의료법 개정 등 3년 넘게 국회에 '발목'
선진화법으로 국회 권력집중…정부의 대 국회 설득도 부족
[ 김주완 기자 ]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율이 5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부 최저치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이던 노무현 정부 때(통과율 81.8%)보다도 크게 낮다. 김대중·김영삼 정부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31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 791건 중 451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율은 57.0%로, 나머지 통과되지 않은 법안은 오는 5월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대부분 폐기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 법안 통과율은 김영삼 정부 시절(97.8%)보다 절반 가까이 낮다. 김대중 정부 때(통과율 94.5%)는 물론 직전 이명박 정부의 71.1%보다도 대폭 떨어졌다. 지난해만 따지면 정부의 입법 통과율은 42.6%까지 낮아진다.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국회가 강제 해산돼 정상적인 법안심의가 어려웠던 5대 국회(24.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상당수가 법 개정이나 제정으로 추진되는데 입법 지연으로 정책 동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은 3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다.
정부의 입법 실적이 떨어진 데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는 국회가 ‘통법부’라고 불릴 정도로 정부의 거수기 노릇만 했지만 지금은 국회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통제’하는 단계까지 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여야 합의 없이는 사실상 법안을 처리할 수 없도록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에 도입된 이후 입법 환경이 정부에 더욱 불리해졌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입법 노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의 대(對)국회 협상력이 과거 정부보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16대 국회 때도 정부의 입법안 가결률은 80%를 넘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는 등 국회와의 직접 소통에 나서지 않는 탓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사무처 한 관계자는 “쟁점 법안은 통과가 쉽지 않지만 이견이 없는 법안은 부처 노력에 따라 통과율이 달라진다”며 “법안 통과율이 현격히 낮은 것은 부처가 열심히 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2014년 가업 승계를 지 幣歐?위해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여야 간 별다른 이견 없이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됐지만 막판에 일부 여당 의원들 중에서도 ‘부의 세습’이라는 이유로 이탈표가 생겨 부결 처리됐다. 당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면 통과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10개 이상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부처 중 국가보훈처의 법안 통과율이 10.3%로 가장 낮았다. 다음은 교육부(19.3%), 문화체육관광부(24.2%), 해양수산부(31.7%) 등 순으로 입법 성과가 저조했다.
구본규 법제처 법제정책총괄담당관은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 폐기되는 법안들 중 일자리 창출 등 재추진이 필요한 법안을 선별해 20대 국회 때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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