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1위 케이블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가진 CJ헬로비전의 지분 53.9% 가운데 30%를 인수한 뒤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시장 독과점을 심화하고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인수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 측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허용 여부를 계속 고민 중이다. 두 회사의 합병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통신과 미디어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
SK텔레콤 측은 전 세계적으로 통신과 미디어의 융합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콘텐츠업체들이 국내에 상륙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대응하려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SK텔레콤은 보다폰이 독일 케이블사업자(MSO) 카벨도이칠란트, 스페인 MSO 오노 등을 인수하고 미국 AT&T가 위성방송사업자 다이렉트TV를 인수한 사례를 들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과 미디어의 융합이라는 글로벌 추세에 어긋나는 뒷다리 잡기식 비난”이라며 “결합상품 끼워팔기나 시장 쏠림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망상”이라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이종 플랫폼 겸영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이미 IPTV와 위성방송을 가진 KT의 독주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번 인수합병이 현행 방송법이나 통합방송법안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주장에 따른다면 KT스카이라이프 주식 50.1%를 보유한 KT도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회경 서울미디어대학원 교수는 “무엇보다 사용자 편익이 중요한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방송기술 투자와 활용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시청자에게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일부에서는 케이블 방송의 직사채널에 대한 우회적인 인수 시도로 선거토론 방송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무리한 주장에 불과하다”며 “지역 선거 관련 방송의 주최는 방송통신위원회고, 케이블 사업자는 송출 기능만 하기 때문에 기존 제도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반대 “독과점 강화로 결국 소비자 권익 침해된다”
SK텔레콤의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KT는 시장 지배력이 큰 두 사업자가 합병을 통해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케이블TV, IPTV 등을 묶은 결합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으면 경쟁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결합상품에 케이블TV를 공짜 상품으로 끼워넣어 가입자를 끌어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시장이 혼탁해져 공정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AT&T와 T-모바일,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M&A는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돼 불허됐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존 M&A는 지역방송 독점 형성, 결합에 의한 지역방송 독점 심화, 케이블 무선 결합상품을 통한 이동지배력 강화 등의 문제가 발생해 불허하거나 강한 조건이 부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새누리당 주최 토론회에서 “두 회사의 인수합병 이후 방송상품이 이동통신상품의 끼워팔기 상품으로 전락하고 전통적인 방송사업자가 플랫폼에서 퇴출당할 수 있으며, 합병 법인의 독과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아날로그 케이블TV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권익을 저해하고, 이종 방송사업자 간 겸영을 제한하는 방송 관련 법규를 위반할 수 있으며, 케이블TV의 지역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인수가 시장 집중도를 증가시켜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경쟁적 소기업의 수가 줄고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면 소비자 가격 인하 압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생각하기 “산업 융합 흐름 막아선 안 되지만 1위 업체 안이한 태도 바뀌어야”
방송과 통신이라는 양대 산업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통합 추세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이미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그 통합이 어느 선에서 이뤄져야 업계 내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소비자 편익도 최대화될 수 있는가다. 사실 통신사와 케이블TV사 간 전쟁은 시작된 지 오래다. 여러 가지 혜택을 내세우면서 자사의 IPTV, 혹은 케이블TV로 옮기라는 제안을 하는 양쪽 상담원의 전화를 아마 대부분 한 번쯤은 받아봤을 것이다. 마치 경매라도 하듯이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시하기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즐거운 경험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막강한 독과점 업체가 나타난다면 이런 경쟁도 사라질지 모른다. 모두가 독과점을 우려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방송과 통신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가 그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만 공정거래법을 비롯 관련 법규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엄격히 심사하고 필요하다면 조건부 승인과 같은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SK텔레콤 역시 ‘가입자만 확보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기존 이통시장에서 보였던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서비스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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