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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이 말하는 삼성가 2대의 수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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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회장 절제의 미학…이건희 회장 명품주의"

리 컬렉션 / 이종선 지음 / 김영사 /320쪽 /1만8000원



[ 선한결 기자 ]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수집하는지 내게 말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소.”

벨기에 출신의 저명한 예술품 컬렉터이자 화가인 장 윌리 메스타흐(1926~2014)가 한 말이다. 수집은 단순 구매와 다르다. 세월을 두고 차곡차곡 쌓인 수집품 목록은 수집가의 가치관과 성향을 반영한다. 수집 방법은 그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쓰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큰손’ 유명인들의 컬렉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컬렉션은 삼성가(家)에 있다. 국보급 지정 문화재만 152건이다. 사적 소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삼성가는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컬렉션을 토대로 사립박물관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1982년 개관한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과 2004년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리움미술관이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유명 작품과 함께 국보 37건과 보물 115건을 전시·보관하고 있다.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은 최근 출간한 《리 컬렉션》에서 두 박물관에 얽힌 삼성가 2대의 내밀한 수집 이야기를 풀어냈다. 1976년부터 20여년간 삼성문화재단에서 일하며 삼성가의 명품 컬렉션을 도맡은 그는 서문에서 “삼성가의 명품들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이제는 꺼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수집은 단순히 돈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삼성가의 수집 활동을 보면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가치관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두 회장의 수집 스타일이 크게 달랐다”며 “이병철 회장은 ‘절제의 미학’을 가졌고, 이건희 회장은 명품주의를 추구했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수집할 때 서두르거나 고가 작품에 휘둘리지 않았다. 가치에 비해 비싸다는 소문이 있으면 작품을 쳐다보지도 않는 냉정한 면모를 보였다. 진퇴에 강약을 조절하며 사업을 키워온 이병철 회장의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저자는 “일찍부터 영화 필름을 모으며 수집활동을 해온 이건희 회장은 명품주의를 수집에도 적용했다”고 말한다. 삼성문화재단의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는 이건희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1980~1990년대 집중적으로 명품을 수집해 지금의 목록을 만들었다. 저자는 “이건희 회장은 작품을 살 때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들었고, 값은 별로 따지지 않았다”며 “수집목록의 명품 한 점이 다른 수집품들의 가치를 올려준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이병철 컬렉션’과 ‘이건희 컬렉션’에 있는 주요 작품을 소개하며 수집 전후 있었던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이병철 회장이 매일 아침 확인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인 가야금관(국보 제138호)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는 5~6세기 것으로 보지만, 이병철 회장은 처음 소개한 사람이 2세기 작품으로 얘기해 그렇게 믿었다”고 전한다.

저자는 “일단 시작했다 하면 끝을 보는 이건희 회장의 성격이 도자기 수집에서도 빛을 발했다”며 “이 회장은 태토와 유약 감별법 등 도자기의 생산 전반을 공부하고, 복제품을 여럿 만들어 안료 색을 비교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 전문가 뺨치는 지식과 감정 실력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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