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성장' 붕괴에 놀란 중국…공급과잉 업종 '대수술'
3년 연속 손실내면 퇴출…국유기업 M&A도 가속
산업재편 속도내는 일본…2개월 만에 관련법 국회통과
2조엔 조성 LCD 등 통폐합…통합 기업에 세제 혜택도
[ 도쿄=서정환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산업 구조조정은 세계적 당면 과제다. 한국 중국 일본 3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차이가 크다. 중국과 일본은 정상들이 앞장서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다. 민간 부문의 발걸음도 빠르다. 경제 체질이 강해지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목소리만 높다. 정부의 의지도, 민간의 자발성도 중국과 일본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구조조정 본격화하는 중국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의 최저치인 6.9%로 추락한 중국은 산업구조 ‘대수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12월 열린 경제업무회의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구조조정 가속화를 포함하는 ‘공급개혁’을 올해 핵심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 지도부도 틈만 나면 구조조정에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중국의 기업 구조조정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좀비기업’ 퇴출 작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리 총리는 지난 2일 경제전문가들과의 좌담회에서 “일부 산업의 심각한 설비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좀비기업 또는 장기간 손실을 내고 있는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공급 과잉 산업으로 꼽히는 철강, 석탄, 시멘트, 평판유리, 알루미늄 산업에 속한 기업이 1차 대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3년 연속 손실을 낸 기업은 증시에서 퇴출시킨다는 방침도 세웠다. 중국 언론을 통해서는 “주요 공급 과잉 업종에서 향후 3년간 매년 10% 수준의 생산능력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한계기업 퇴출과 함께 기업 인수합병(M&A)도 촉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국유기업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등 국유 기업 간 M&A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차세대 첨단산업 육성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정보기술(IT)산업과 항공·우주 설비, 해양엔지니어링 설비 및 첨단 선박 등 10대 전략산업을 향후 10년간 중점 육성해 중국을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목표다.
◆세 번째 화살 쏜 아베노믹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3년 6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 실행을 위해 산업경쟁력강화법 제정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2개월 만에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을 잇달아 통과했고, 이듬해 1월 곧장 시행에 들어갔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경제산업상은 2014년 6월 “정유산업에 업계 구조 재편을 위한 ‘산업경쟁력강화법 50조’를 처음으로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뒤따라 석유화학, 판유리도 공급 과잉 업종으로 지정했다.
기업들도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보조를 맞췄다. 작년 11월 정유업계 2위인 이데미쓰고산과 5위인 쇼와셸석유가 합병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달 업계 최대 기업인 JX홀딩스와 도넨제너럴석유(3위)도 경영 통합을 발표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작년 5월 스미토모화학이 연산 41만5000t 규모의 지바현 에틸렌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업계 내 공장 폐쇄와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업계 공급 과잉 구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면 해당 통합 기업에 세제 및 금융상 혜택을 주고 있다.
구조조정의 ‘산파역’은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투자 여력은 약 2조엔(약 20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일본 반도체 연합군인 르네사스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 통합회사인 재팬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체인 JOLED의 탄생을 주도했다. 작년 3월 말 기준 85건, 약 8000억엔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히타치제작소와 소니, 도시바는 2011년 8월 중소형 LCD 사업에서 손을 뗐고 소니, 파나소닉은 2014년 7월 OLED 사업을 정리했다.
산업혁신기구는 경영난에 빠진 샤프와 도시바의 구조조정에도 개입하고 있다. 샤프에 3000억엔을 출자한 뒤 중소형 LCD 사업을 분사해 재팬디스플레이와 합병할 계획이다.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까지 인수, 샤프와 합쳐 스마트 가전 분야에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도쿄=서정환/베이징=김동윤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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