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첫 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 발전은 시대적 사명…경험 살려 을의 자세로 마케팅 등 전폭 지원"
[ 이현동 기자 ] “중소기업 발전은 국가 경제를 위한 ‘시대적 사명’입니다. 중소기업이 주눅들지 않고 해외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을(乙)의 자세’로 일합시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사진)은 2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화두로 던졌다. 또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며 “정책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이를 잘 알리는 것에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R&D 역량 강화 시급
주 청장은 대회의실에 모인 300여명의 직원에게 “중소기업이 국가 경제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을 바탕으로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이 구조적인 한계에 빠졌다”며 “중소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아 해외의 문을 두드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의 기업인 출신 청장으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 ?했다. 주 청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년간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등에서 일했다.
이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GE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과 자동차 내비게이션 회사 현대오토넷 대표 등을 지냈다.
주 청장은 “대기업에 있었지만 자동차·전자 업종의 특성상 중소 협력사와 일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오토넷 대표 시절 협력사의 발전이 대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절감했다”며 “당시 협력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중소기업청장이 해야 할 일을 미리 연습한 셈”이라고 말했다.
시급한 과제로는 중소기업의 R&D 역량 강화를 꼽았다. 그는 “2010년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에서 일할 때 과제 대부분을 대기업에 줄 수밖에 없었다”며 “중소·중견기업에 이를 할 만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청장은 기술 및 마케팅 인력 육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의 역량을 활용할 구상도 내비쳤다. 그는 “이들은 국가 R&D 예산의 70% 이상을 쓰고 있다”며 “정부출연기관과 대학의 R&D 역량을 중소기업과 접목해 사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甲이 아니다”
주 청장은 ‘을의 자세’로 일해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중소기업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문제 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일해달라”고 주문했다. 소속과 직급, 나이를 떠나 함께 고민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중소기업청을 만들자는 것.
그는 “정책이 반이고, 홍보가 반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정책을 세울 때 처음부터 어떻게 현장에 알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장급 간부들에게 첫 업무보고를 받을 때 제일 먼저 말한 것도 ‘홍보의 중요성’이었다.
주 청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발로 뛰면서 현장에서 답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 주영섭 신임 중소기업청장
△1956년 서울 출생 △1978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9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산업공학 박사 △2000년 GE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 △2006년 현대오토넷 대표 △2014년 서울대 공대 산학협력추진위원장
대전=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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