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오픈 연장 끝에 스네데커 꺾고 정상
38세 '늦깎이 골퍼' 생애 두 번째 우승컵
김시우, 뒷심 부족 4위…PGA 최고 성적
[ 최만수 기자 ] 캐디 출신 ‘늦깎이 골퍼’ 파비안 고메스(38·아르헨티나)가 미국프로골프(PGA) 소니오픈에서 우승했다. 한국 남자골프의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김시우(21·CJ오쇼핑)는 아깝게 우승을 놓쳤지만 단독 4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며 희망을 밝혔다.
◆서른 살 넘어 PGA투어 입문
1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 고메스는 이날만 8언더파를 몰아치며 20언더파 260타로 경기를 마친 뒤 브랜트 스네데커(미국)와 두 번째 연장전에 나섰다. 먼저 버디 퍼트에 성공한 고메스는 스네데커의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캐디와 가족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고메스를 끌어안았다. 주인공 고메스는 오히려 담담한 모습으로 캐디를 위로했다.
1978년생인 고메스는 뒤늦게 꽃을 피운 선수다. 캐디로 일하며 어깨너머로 골프를 배운 그는 2007년 PGA 2부 투어에 데뷔했지만 서른을 훌쩍 넘어선 2011년에야 PGA투어에 진출했다.
그는 69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6월 페덱스세인트주드클래식에서 처음 우승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112위였던 고메스는 소니오픈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2승째를 수확했다. 2018년까지 PGA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메이저대회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12언더파 공동 5위로 김시우와 함께 출발한 고메스는 송곳 아이언샷을 앞세워 6번홀부터 12번홀까지 7연속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7홀 연속 버디는 올 시즌 PGA투어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긴장을 참지 못하고 수차례 화장실에 다녀온 그는 이후 2홀 연속 보기를 하면서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했다. 고메스는 막판 무서운 추격을 시작한 스네데커를 연장에서 꺾고 치열했던 승부를 끝냈다.
◆장타에 침착함까지 갖춘 김시우
김시우는 2번홀(파4)에서 10m짜리 버디 퍼트를 넣으며 한때 공동 선두에 올랐다. 9번홀(파5)에서 가볍게 또 한 타를 줄인 김시우는 10번홀(파4)에서 행운까지 잡았다. 티샷이 크게 벗어났지만 공은 나무를 맞고 다시 페어웨이로 들어왔다.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았다. 하지만 13번홀(파4)에서 샷이 갑자기 난조에 빠져 벙커와 벙커를 전전하다 보기를 적어낸 뒤 타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4타를 기록한 김시우는 단독 4위로 1부 투어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김시우는 2012년 12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역대 최연소인 17세5개월의 나이로 합격했다. 하지만 만 18세 이상이라야 PGA투어 정회 坪?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2013년 PGA투어에서 초청 선수 자격으로 8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 상금랭킹 12위에 올라 2015~2016시즌 출전권을 획득한 김시우는 새해 첫 PGA투어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희망을 밝혔다. 만 20세6개월인 김시우는 지난 50년 동안 조던 스피스(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한 선수가 될 뻔했다.
특히 동반자 고메스의 7연속 버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경기를 펼치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력도 갖춰 PGA 톱 클래스 선수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노승열(25·나이키골프), 제임스 한(35), 케빈 나(33)는 11언더파 269타를 쳐 공동 28위에 올랐다. 존 허(26)와 대니 리(26)는 10언더파 270타로 공동 33위, 최경주(46·SK텔레콤)는 8언더파 272타로 공동 50위로 경기를 마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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