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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발 '국민 재테크' 원금손실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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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8500선 붕괴 … ELS 1500억원 손실구간
1000P 더 빠지면 투자금 2조5000억도 '위험'

홍콩ELS 15兆 담은 개인투자자, H지수 급락에 '패닉'

8000 붕괴 땐 수만명 원금 손실 불가피
원유DLS 손실까지 겹쳐 파생시장 '울상'



[ 송형석/안상미/민지혜 기자 ]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수천억원의 원금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시작되는 기준선인 HSCEI 8500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지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에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HSCEI가 1000포인트가량 더 빠지면 2조5000억원어치의 투자금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다.


HSCEI는 12일 0.77% 하락한 8439.31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0월6일(8102.58) 후 4년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 최저치는 8424.31이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으로 원금 손실 구간 밑으로 떨어진 HSCEI 연계 공모형 ELS(손실 구간을 설정한 원금비보장형 상품 기준)는 144종, 투자금액은 1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원금 손실 구간?진입하지 않은 ELS 투자자들도 HSCEI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00포인트가 추가 하락해 8000선에 이르면 손실 구간 진입 물량이 8090억원어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7000선에서는 4조4023억원, 6500선에선 8조987억원어치의 물량이 ‘녹인 선’(원금 손실 구간 시작 지점) 아래로 내려간다. 극단적으로 지수가 6500 밑으로 밀리면 10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HSCEI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들의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수다. 상하이지수 움직임을 추종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위안화 가치를 1% 이상 강제 절하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럽 대표 기업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유로스톡스50, 미국을 대표하는 S&P500 등도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이 지수들은 원금 손실을 걱정할 만큼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연초 폭락에 전전긍긍

ELS는 계약 후 3년이 지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구간(판매 시점 대비 40~60% 이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야 원리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단 한 번이라도 기준선 밑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지수가 하락한 폭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계약 조건이 바뀐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14,000포인트일 때 계약한 ELS가 8500포인트인 시점에 만기가 돌아온다고 가정하면 원금의 약 40%를 날리게 된다. 녹인의 기준은 상품마다 제각각이다. 일부 상품은 장중 한 번이라도 기준선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한다.

ELS는 판매 후 만기가 되돌아오지 않은 물량만 60조貶?달하는 ‘국민 재테크 상품’이다. 일각의 우려처럼 HSCEI가 1000포인트 이상 추가 하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최소 수만명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HSCEI는 지난해까지 지수형 ELS에 가장 많이 쓰였던 기초자산이다. 원금보장형 상품까지 합하면 20조원어치가 넘는 ELS가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 ELS 투자자들은 향후 HSCEI 향방을 예측해 환매 또는 보유를 결정해야 한다. 환매하면 현재 시점의 손실이 그대로 확정되는 데다 각종 수수료 부담까지 져야 한다. 대신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줄일 수 있다.

지수가 반등하면 상황이 바뀐다. 이미 손실구간에 진입한 ELS도 3년 만기 시점의 상환 조건(대체로 최초 계약 시점 가격의 80~85%)을 충족하면 원금과 함께 사전에 약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HSCEI가 14,000포인트였던 시점에 ELS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11,200~11,900포인트 수준까지 지수가 오르면 기사회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만기 시점 기준 조건을 넘지 못하더라도 지수가 오르는 폭만큼 손실이 줄어든다.

◆원유 투자자들도 손실 눈덩이

국제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도 이미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DLS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원유 DLS 중 이미 1조원어치 안팎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는 전날보다 5.28% 하락한 31달러41센트에 장을 마쳤다. DLS는 ELS와 구조가 같은 상품이다. 주가지수 대신 원자재 가격이 기초자산으로 활용홱?

◆ELS 시장 불안감 고조

중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마다 제각각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추가로 절하하면 HSCEI 8000선이 무너질 수 있을 것이란 비관론과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바닥론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계속 용인할지가 불투명하다”며 “환율 향방이 상하이종합지수와 HSCEI의 바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LS 시장도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ELS가 위험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 상품의 조기 상환 시점이 미뤄지면서 새로운 ELS에 넣을 돈이 부족해지는 ‘돈맥경화’ 현상도 한층 더 심해질 전망이다. ELS는 6개월마다 조기 상환 기회를 주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계약 시점보다 주가가 10% 이상 빠지지 않으면 6개월 만에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기초자산 가격이 급락할 때다. 대부분의 ELS가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조기 상환된 원리금으로 새 ELS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 주가연계증권(ELS)

equity-linked securities.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코스피200과 같은 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 발행잔액이 60조원이 넘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린다.

■ 녹인(knock in)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시작점을 의미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점 미만으로 하락한 뒤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수 하락률만큼 원금을 잃는다. 대개 녹인 기준점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후하다.

송형석/안상미/민지혜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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