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3기 경제팀을 이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 내일 이틀간 열린다. 유 후보자의 경제난 극복에 대한 복안을 직접 들을 수 있어 관심이 많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 핵실험, 중국경제 불안, 저유가 등 안팎의 각종 악재가 켜켜이 쌓여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 장관 8개월 외엔 이렇다 할 정책 역량을 보인 적이 없기에, 발탁 때부터 “스펙은 좋은데 미흡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극복할지도 주목된다.
유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보면 여전히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수백 쪽의 답변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책 일관성 유지’뿐이고, 유일호 경제팀만의 특징이나 색깔이 안 보인다. 우선과제라는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부터 전임자의 단골 레퍼토리다. 궁금한 것은 그의 실천의지다. 올해 성장률 3%대 복귀를 예상했지만 무슨 복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가계·기업부채, 중국경제 둔화, 유가 하락 등도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정책 일관성은 중요하다. 집권 4년차의 경제팀이 너무 의욕 과잉이어도 문제다. 하지만 당장 경제가 살얼음판인데 전임자를 답습하며 무난한 답안을 써내는 데 급급해선 곤란하다. 답변서에는 안정적인 재정운용, 내수 진작, 잠재수준의 성장, 서민부담 최소화 등 듣기 좋은 소리 일색이다. ‘어떻게’는 없이 두루뭉술하고 책 잡히지 않을 궁리만 한 듯하다. 증세는 최후수단이라면서도 대안이란 게 3년 내내 들었던 경기활성화, 비과세 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뿐이다. 학자 출신인 유 후보자의 장악력과 돌파력에 의구심이 큰데, 언어습관마저 정치판에서 모나지 않게 다듬은 듯하다.
유 후보자가 청문회에서도 이런 모호한 답변만 늘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만약 소신도, 비전도 없이 전임자만 따르겠다면 자격 미달이다. 어떻게 경제활력을 되찾을 것인가. 혁신을 이끌어 낼 과감한 규제개혁 의지가 있는가. 더딘 구조조정과 대내외 리스크를 돌파할 복안은 무엇인가. 유 후보자는 명료한 화법으로 실천의지를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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