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 대응 다양한 군사 카드 꺼내
정부 "8·25 합의 북한이 깼다"…긴장 고조될 듯
박 대통령·오바마 "강력·포괄적 대북제재 협력"
[ 최승욱/장진모 기자 ] 정부가 7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내린 것은 가장 효과적인 대북 제재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일 북한의 핵도발을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하면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습적인 핵실험을 감행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재개라는 공격적인 카드를 꺼낸 것이다.
◆군, 최고 경계 태세 발령
지난해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터진 뒤 국방부는 보복수단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언할 정도였다. 북한은 당시 방송 중인 우리 군의 확성기를 타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질적인 행동은 없었다.
남북은 8·25 합의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남측이 대북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북 핵실험은 명백한 비정상적인 사태라고 판단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8일은 김정은의 생일이다. 이를 감안하면 확성기를 통해 김정은에 관한 내용들이 방송되면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지난해 8월처럼 남북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전략무기 배치로 도발 억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양한 대응 수단 마련에 착수했다. 미군 전략무기의 한국 배치가 추진될 전망이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6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과 만나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핵항공모함 등이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북측이 만약 확성기를 사격한다면 즉시 한국으로 출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바마 “한국 방위공약은 신성”
박 대통령은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 결의가 신속히 채택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맹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은 신성한 것으로서 흔들림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고 단호한 대응의지를 보여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또 “한·미가 신속히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 및 국방당국 간 긴밀한 협력을 해온 것은 한·미 옇痼?굳건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6일 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방위공약을 재확인한다”며 “여기에는 미국의 모든 ‘확장억제 수단’이 포함된다”고 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해 제3국이 핵공격을 했거나 위협할 경우 핵우산과 재래식타격무기, 미사일 방어망 등을 통해 미국 영토처럼 보호해준다는 개념이다. 핵우산은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로 구성된다.
최승욱/장진모 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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