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군인사 수시로 해임·고모부 장성택 처형
'공포 정치' 통해 충성경쟁 유도…불안감 반영도
무인기·목함지뢰 등 예상치 못한 도발 행보
[ 김대훈 기자 ] 북한은 1~3차 핵실험 당시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실험 직전 관련 사실을 알렸지만 이번 4차 핵실험에선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돌출행동’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벌이면서 UN 무대에서 북한 외교관의 한·미 규탄 발언→장거리 미사일 실험→(국제사회의 제재 강화)→핵실험으로 이어지는 기존 양상을 따르지 않은 점에도 주목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한·미 당국의 대북 전략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이후 어린 나이 때문에 권력 불안정성과 정통성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권에 도 遲?준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2013년 12월 ‘양봉음위(陽奉陰違·앞에선 순종하며 속으론 딴마음을 먹는다)’라는 죄목으로 전격 처형했다.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한 직후 부은 눈과 산발한 머리로 공식 석상에 나왔고, 눈물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기도 했다.
김정은은 군 인사들에 대해 수시로 강등과 해임, 복권을 반복하면서 자신에게 반기를 들 수 있다고 평가되는 인물들을 다잡는 방식을 써왔다. 60세가 넘는 장성들에게 사격과 행군, 수영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 군 총정치국장으로 선임된 최용해를 2년여 만에 교체했고, 최용해는 최근 다시 지방에서 혁명화 교육(노역을 하면서 반성하는 책벌의 일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지난해 5월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했는데, 고사총으로 잔인하게 총살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 내 최고위층은 더욱 김정은에게 ‘충성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일 시절엔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지만, 김정은 정권에선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전통적인 ‘혈맹’이자 ‘대국’으로 여기던 중국과의 관계도 염두에 두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중국통으로 알려진 장성택 처형 이후 악화한 북·중 관계는 류윈산 중국 상무위원이 지난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 베이징으로 파견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당일 전격 취소하는 돌출행동을 했다.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은 ‘은둔의 지도자’로 알려졌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훨씬 많은 연 100회 이상의 대외 행사에 참석하면서도 돌발적인 행동을 자주 했다.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경호부대의 예상을 깨고 기존 동선에서 벗어나 군중과 손을 잡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나타났다.
경제 부문에선 평양 문수물놀이장, 마식령 스키장 등을 직접 주도해 건설하고 수차례 방문하면서 홍보에 치중하는 행보를 보였다. 군사적으로는 무인기 도발(2014년 5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실험(2015년 5월), 목함지뢰 도발(2015년 8월) 등 우리 군이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수단의 도발을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