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규정·고시 없어 허둥대는 관세청, "물건 없이 매장 문만 열면" OK?
특허 상실로 6개월 시한부 매장 선고 후 "재고 판매를 위해 문 열어도 되나 추가 상품 입고는 안돼"
신세계면세점 부산점과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이 각각 작년 12월 15일과 31일 시내면세점 특허기간이 종료됐다. 이에 신세계·롯데는 부산점과 월드타워점 종료일 이후부터 상품 발주가 금지돼 향후 내·외국인 소비자가 찾아와도 물건이 없어 못파는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진=김선호 기자/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이 특허기간 종료 이후에도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현장. 관광객들이 구매한 롯데면세점 상품이 대형 봉투에 담겨져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 특허 종료일('15년 12월 31일) 이후로 새로 물건 발주를 못하고 있다"며 "향후 6개월가량 어떻게 영업을 해야 하는지 난처한 상황이다. 현재는 품절도니 상품은 존재하지 않지만 앞으로 소비자가 매장을 찾아도 재고가 없어 판매가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및 인천공항점 상품 재고를 월드타워점으로 이전하는 것조차 막혀 있어 '판매장'에서 '판매'를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센텀시티로 작년 11월 특허를 획득했음에도 '사업장 면허 번호'가 발급되지 않아 면세상품 발주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위치한 기존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작년 12월 15일에 특허가 종료됐으나 영업 연장신청을 통해 성업 중이다. 그러나 두 곳 사업장 모두 상품 발주를 넣을 수 없는 '요지경'에 빠졌다.
면세점 입장에선 소비자로 북적이는 매장이 반가우면서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허 종료 이전에 발주된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나면 재고가 없어 사실상 영업 자체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영업 연장기간이기 때문에,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사업자 면허'가 새로 발급되지 않아 상품 반입 주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곳 모두 면세점 매장 문만 활짝 열린 '요지경 세상'에 빠졌다.
사진=김선호 기자/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모습.
이에 관세청은 "두 곳(신세계면세점 부산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기간이 종료됐기 때문에 면세상품의 반입을 금지시킨 것이다"며 "특허기간 종료 후 추가로 영업기간을 준 것은 기존 보유 재고 물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추가로 물건을 발주·반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법규 혹은 고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특허기간이 종료될 시에 3개월의 추가 영업 기간을 준 뒤 연장 신청에 따라 3개월을 추가해서 최대 6개월 간 정상영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연장 영업기간 동안 면세물품 발주·반입에 관련한 사항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세청은 '재고 처리' 목적의 영업 유예기간이라는 명목으로 특허가 종료된 면세점에 신상품 발주와 반입을 모두 금지시킨 것이다.
관세청 담당자는 "상품의 발주·반입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일부는 상황에 따라 용인하기도 한다"며 "고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면세점과 브랜드 계약 상황에 따라 신상품 발주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혀 정확하고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면세업계는 난감한 상황에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입장이다. 시내면세점 특허기간 종료 후 추가 영업 신청을 통해 당장 문을 닫지 않아도 되지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상품 없는 매장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태에서 관세청이 추가 영업 연장을 통해 면세점 문은 열어도 물건은 반입하지 말라는 이중적인 태도는 면세점뿐만 아니라 브랜드도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고 지적했다. 관련 정부 당국의 시급한 조치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선호 한경닷컴 면세뉴스 기자 fovoro@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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