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로 치닫는 중동 사태
단교 이어 민간교류도 제한
메카·메디나 성지순례는 허용
사우디 "집단 처형 문제 없다"
수니파 동맹, 공관폭력 규탄
국제사회, 긴장완화 촉구
미국 "냉정 찾아달라" 호소
반 UN총장, 양국에 특사 급파
[ 박종서 기자 ]
이란과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양국 간 항공편과 무역 중단까지 선언하는 초강수를 뒀다. 국제사회가 긴장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이슬람 수니파(사우디)와 시아파(이란) 맹주 사이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동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다.
사우디는 4일(현지시간) 이란과 항공은 물론 무역 교류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시위대가 자국 대사관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과의 외교 관계 단절은 항공과 무역뿐만 아니라 사우디 국적자의 이란 여행 금지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란인이 성지순례를 위해 사우디 메카를 방문하는 것까지는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외교에 국한됐던 양국 관계가 민간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앞 막?분쟁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는 지난 2일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포함해 47명의 집단 처형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 우방들은 사우디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바레인과 수단이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했고 아랍에미리트는 이란과 외교관계 수준을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로 낮췄다. 수니파 국가 모임인 아랍연맹(AL)은 10일 이란 내 사우디 공관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를 규탄하는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란은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사우디 공관 시위자들의 공격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사우디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라크 바그다드 등 시아파가 많은 지역에서는 사우디 규탄 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졌다.
국제사회는 갈등 완화를 호소했다. 반 총장은 양국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특사를 급파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양국 외무장관과 접촉해 냉정을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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