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자산 1조 돌파 인기몰이
13명 전담팀 종합 서비스…부유층 가족상담 잇따라
[ 허란 기자 ] A씨(55·여)는 연말 상속세 신고 마감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자녀들이 남편이 남긴 유산을 놓고 자주 다퉈서다.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신영증권 APEX 패밀리오피스에서 상담을 받은 뒤 자녀들이 재산을 건드릴 수 없도록 신탁을 설정하기로 했다. 모든 금융자산을 본인 외에는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세이프어카운트(안전계좌)로 옮겨놓았다.
자산이 많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가족의 금융투자 자문은 물론 은밀한 가정사까지 패밀리오피스와 상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패밀리오피스가 아직 도입 초기 단계지만 고객 자신의 재산관리는 물론 자녀 교육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가문의 ‘집사’ 역할을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성과 본격화
국내 패밀리오피스는 은행 증권사에서 금융투자 자문을 하는 프라이빗뱅킹(PB)에 부동산 절세 등 웰스어드바이저리(WA) 서비스를 가미한 형태다. 재무 설계부터 자산 관리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하고 자산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미국의 패밀리오피스와 달리 ‘큰손’ 고객 관리 차원에서 ‘공짜’ 서비스를 하는 사례가 많다. 삼성생명은 패밀리오피스팀을 두고 초고액 자산가들을 별도 관리한다. 삼성증권은 변호사와 회계사로 이뤄진 가문관리팀을 통해 PB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별도의 패밀리오피스를 열고 절세·증여·상속 등 재무 설계 및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신영증권의 APEX가 거의 유일하다. 이 조직은 임원급 2명과 고객관리 4명, 부동산 전문가 2명, 세무사 1명, 포트폴리오 담당 2명, 사회환원·유언 담당 1명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영증권 APEX는 2012년 4월 출범 이후 매년 두 배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다. 관리하는 고객(가문) 수는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250곳이 넘는다. 2년간 50여곳이 늘었다. 가구당 운용하는 평균 자산은 40억원으로 총 1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고 있다. 신영증권 APEX는 2014년 10월 부동산 자문업 인가를 취득, 고객을 대리해 부동산을 물색하고 자금융통 계획을 짜주며 자문 수수료를 받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산가 사이에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받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박순문 신영증권 전무는 “2015회계연도(3월 결산법인)부터 APEX가 본격적인 이익을 내면서 회사 전체 실적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신영증권은 창립 이래 45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4월부터 9월 말까지 66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절세에서 가업승계 상담까지
패밀리오피스의 핵심 업무는 가업승계나 증여 때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다. B씨(52)는 패밀리오피스 상담을 통해 자녀에게 임대용 빌딩을 한 번에 물려주지 않고 여러 차례에 걸쳐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40%가량 줄였다. 대출을 끼고 산 부동산을 어린 자녀에게 주되 그 부동산을 다시 임대로 활용하는 것도 패밀리오피스가 고객들에게 자주 권하는 방식이다. 증여세를 30%가량 절감하면서 임대수익으로 대출금을 갚을 수 있어서다.
패밀리오피스는 부호들이 원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지원한다. 수백억원대 자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보다는 재단을 설립해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등 자선활동을 희망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자서전 발행을 돕는 일도 서비스에 포함된다. 패밀리오피스가 가정사와 관련한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신분이 확실한 가사도우미를 소개해주거나 고객 자녀들을 위해 해외 유학 및 어학연수 계획을 짜주는 일도 많다.
■ 패밀리오피스
family office. 19세기 유럽의 로스차일드 가문이 집사에게 체계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도록 한 것에서 시작. 고객 가문의 전통을 지키는 일과 사회공헌활동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자산관리만 하는 프라이빗뱅킹(PB)과 구별된다. 전 세계에 5000개 이상의 개인 패밀리오피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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