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에게 사의 배경 편지…"진실 꼭 밝혀질 것"
서울시향, 차기 감독·내달 9일 공연 지휘자 물색
[ 김보영/강경민 기자 ]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사진)이 29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내년에 예정된 서울시향 정기공연(9회) 지휘도 모두 취소했다. 정 감독은 이날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에게 사의를 밝히고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했다. 최 대표는 정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정기공연 지휘 모두 취소
정 감독은 편지 첫머리에 “서울시향에서 10년의 음악감독을 마치고 여러분을 떠나면서 이런 편지를 쓰게 되니 참으로 슬픈 감정을 감출 길이 없다”며 사퇴 이유로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 자신, 서울시향 직원들 사이에 벌어진 각종 시비를 들었다. 그는 “(시향 단원들이) 비인간적 처우를 견디다 못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는데 그 사람들이 개혁을 주도한 전임 사장을 내쫓기 위해 날조한 이야기라고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수백 시간 조사를 받았다.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의 음악감독으로서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유감스럽다”면서도 “음악보다 중요한 인간애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당혹스러운 서울시
정 감독은 지난 8월 예술감독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재계약하더라도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아예 서울시향 지휘 자체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최 대표는 지난 28일 “내년 예정된 정기공연은 정 감독이 그대로 맡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번복됐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내년에 정 감독이 지휘할 예정이던 서울시향 해외공연도 지휘자가 교체되거나 공연이 무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달 말 정 감독의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서울시향 예술감독직은 공석이 된다. 서울시향은 정 감독의 뜻을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고, 내년 1월9일 열리는 연주회에서 정 감독을 대신할 지휘자를 찾는 한편 차기 예술감독을 물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1월 중순께 정 감독 재계약 여부를 놓고 열릴 예정이던 이사회도 무의미해졌다.
서울시는 정 감독으로부터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열린 서울시향 이사회에 정 감독 부인 구모씨 입건 등과 관련해 정 감독과의 재계약 결정을 잠시 미루자는 지침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른 시일 안에 정 감독과 접촉해 진의를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 감독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정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사실 서울시향에서 정명훈 씨 권력이 지나쳤다는 거, 소위 측근에 해당하거나 업무적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 제외하면 일찍부터 다 알고 있었던 내용”(@**ke5***is ), “실력에 비해 덜 여문 인성, 여론재판으로 만신창이가 된 박현정 대표가 안됐다”(@l***rt***)는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김보영/강경민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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