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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칼럼] 새해 경제 전망서 조심할 점 (3·끝) - 시장의 포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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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들의 정치가 경제자유 봉쇄
시장포화론은 의지의 빈곤 결과
기업 내부에도 관료주의병 심각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지구의 돌멩이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안다. 그러나 새로운 에너지가 등장하면서 석유시대도 퇴장하고 있는 눈앞의 현상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인구론적 주장들이 예리한 통계기법에도 불구하고 사회 변화를 제대로 예측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해 경제를 전망할 때 조심할 점 1, 2’는 이런 착시들을 다뤘다.

그러나 착시는 계속된다. 사업가들이 정말 해먹을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착시의 하나다. 시장은 포화상태이고 기술이 보편화했기 때문에 누구도 더는 초과이익을 올릴 수 없다는 명제 말이다. 제조업이나 정보기술(IT)에서조차 비관론은 확산된다. 이들에게는 언제 사업을 접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이제 중화학은 끝났다. 중국이 달려드는 산업은 끝났다. 자본주의는 이미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더는 해먹을 것이 없다”고 말이다. 좀 유식한 체하는 사람들은 ‘이?시장은 인도나 아프리카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들은 그럴싸한 이론과 입증 사례들로 보강되면서 대한민국 종말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거짓말이다. 예전에는 장사가 꽤 잘됐다는 생각은 ‘좋았던 과거’라는 오래된 오류의 한 줄기에 불과하다. 이런 잘못된 분석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기업 내 관료이거나 이들의 용역으로 먹고사는 알량한 시장 분석가들이다. 시장에 포화나 성숙은 없다. 시장에 바늘 하나 꽂을 데 없다는 말은 오래된 속담이다. 덜컹거리는 리어카를 밀고 거리로 나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되는, 그리고 절망하게 되는 사실은 이 세상에 자신의 리어카를 세워둘 자투리 땅 한 조각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덜커덩거리는 리어카 소리는 왜 그리도 큰지-. 그러나 이는 고된 일상이 만들어내는 주관적 착각이다.

새해 경제를 예측하는 데 가장 큰 변수가 미국의 부활이라는 점에 의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미국 파워의 근원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거쳐 페이스북과 트위터, 스마트폰에까지 미제(美製) 아닌 것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시라. 테슬라에서 구글 무인차까지도 모두 미제다. 빌어먹을! 셰일가스도 미제란 말이다. 굳이 지난 세기로 돌아가 전구, 자동차, 축음기, 비행기, 세탁기, 텔레비전 등…은 헤아려볼 필요도 없다. 민주주의도, 개인주의도, 인권도, 근대국가도 모두 미제다.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무려 140년간이나 연평균 2.1%의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이 위대한 나라는 모든 산업을 세계에 다 내주고도 여전히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만들어낸다. 그런?포화라니! 무슨 시장 말인가!

블루오션 얘기만도 아니다.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작년에도 25%나 성장해 매출액이 1조1169억원을 기록했다. 피가 흥건한 레드오션에서의 성과다. 몸에 맞는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유니클로에서는 찾았다는 사람이 많다. 내로라하는 한국 옷 회사들은 몸에 맞는 옷 한 벌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부끄러운 줄조차 모른다. 아모레의 성공이나 한국콜마의 성공도 레드오션에서의 일이다. 빵 장사로 5조원 매출을 올리는 SPC그룹은 국내에서 더는 장사를 못하게 하자 아예 해외에서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무슨 첨단제품이나 21세기형 발명품을 파는 회사도 아니다.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비관론에 기대어 스스로를 면책하려는 자들만 범람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인 것처럼, 더는 해먹을 산업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업 아이디어와 의지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에까지 주자학적, 플라톤적 관념론이 질병처럼 침투한 결과다. 정치와 행정규제, 다시말해 3류 민주주의가 경제할 자유를 틀어막고 있다. 한국 비관론의 본질은 혁신을 봉쇄하는 온갖 바보들의 정치 구호에 있는 것이지 디플레나 인구동학, 그리고 시장 포화론 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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