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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생산기지'로 뜨는 베트남] 한국 섬유, 베트남서 'TPP 대박'…나이키 "전용 라인 만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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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베트남서 한국 섬유산업 '르네상스'

섬유패권 중국서 베트남으로
2017년부터 섬유수출 무관세
세계 공장들 속속 베트남행

글로벌 업체들 주문 폭주
한세실업 등 잇단 공장 신증설
대만 등 중화권서도 투자 채비



[ 서욱진 기자 ]
지난달 19일 나이키 구매담당자 20여명이 베트남 호찌민 북서부에 있는 한세실업 공장을 찾았다. 나이키가 구매담당자를 대거 보낸 이유는 내년 말 완공 예정인 한세실업의 7개 공장 가운데 3개를 나이키 제품 전용 생산공장으로 지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업체로부터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게 된 한세실업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석훈 한세실업 베트남 지역총괄(전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베트남에서는 섬유가 최고의 성장 산업이 되고 있다”며 “세계의 섬유 공장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섬유업체들도 TPP가 발효하는 2017년 하반기에 맞춰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면서 한국 섬유산업이 베트남에서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주문 봇물에 증설 경쟁 나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1992년 수교를 계기로 시작됐다. 1995년 베트남과 미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한국의 대(對)미 우회 수출 기지로 부상했다. 섬유, 봉제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당시에는 베트남이 중국보다 투자 메리트가 더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중국의 인건비가 급증하고 TPP가 체결되면서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TPP 체결로 2017년 하반기부터 베트남에서 미국 일본으로의 수출은 대부분 상품이 무관세로 가능하다. 중국에서 이들 지역으로 수출하려면 10~30%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섬유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증설에 나서고 있다. 1위 업체인 한세실업은 2000년 첫 법인(공장)을 설립했고, 2005년과 2012년에 제2, 제3 법인을 세웠다. 2013년에는 ‘C&T 비나(VINA)’라는 현지 원단업체도 인수했다. 조성재 한세실업 베트남법인장은 “원단업체까지 사들인 것은 TPP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세실업 베트남 공장에서는 나이키, 갭, 핑크, 유니클로 등에 납품하는 니트 등의 생산이 한창이다. 미국으로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나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7개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현재 15%인 한세실업 베트남법인의 연평균 성장률은 TPP 발효 이후 20%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른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2년부터 호찌민 인근 빈즈엉성에서 공장을 가동한 한솔섬유는 2012년 동나이성에 이어 뺙?하반기 벤째성에서도 새 공장을 가동한다. 월마트, 타깃 등 글로벌 바이어들의 주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문창득 한솔섬유 해외영업팀장은 “TPP로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베트남 생산라인을 늘려달라는 바이어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세실업, 한솔섬유와 함께 베트남 섬유 ‘빅3’로 불리는 세아상역도 기존 공장과 별개로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TPP로 ‘제2의 섬유 르네상스’

TPP는 베트남 진출 섬유업체들에 메가톤급 수혜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TPP 역내에서는 관세가 대부분 철폐되는데, TPP 국가 중 섬유를 주력 산업으로 하는 곳은 베트남뿐이기 때문이다. 이화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섬유·의류는 베트남 총 수출의 15%를 차지하고, 전체 섬유 수출에서 TPP 회원국인 미국과 일본 비중이 60%에 달한다”며 “TPP가 발효하면 베트남 생산 기지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호찌민 지부장은 “섬유 업체들이 TPP 혜택을 보기 위해 베트남에서 생산하거나 미국에서 수입한 원사 사용을 늘리고 있다”며 “글로벌 섬유업체들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14년째 거주 중인 김영채 서이무역(베트남법인 L&S VINA) 부장은 “대만 에클라트섬유 등 중화권 업체들도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들도 섬유산업의 패권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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