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입법 땐 비정규직 줄고 처우 개선…지침 마련 못하면 노·사·정은 사기극 벌인 셈"
정부, 빠르면 28일 2차 토론회서 입장 발표
한노총, 노사정위 탈퇴 검토…갈등 재연 우려
[ 백승현 기자 ] “이러다가는 입법도 지침도 물거품이 된다. 만약 노동개혁 입법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근로계약 해지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정부 지침(가이드라인)마저 나오지 않는다면 노·사·정은 1년 넘게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게 된다.”(정부 고위 관계자)
고용노동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에 관한 지침 마련에 적극 나섰다. 고용부는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노동개혁 5대 입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법·파견법)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지침 발표를 미뤄 왔다. 국회의 입법 논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국회로 넘어간 노동법 개정안이 3개월 넘도록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정기국회를 넘긴 데다 임시국회 통과도 점점 불투명해지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 대 읏?나선 것이다.
이에 노·사·정 대화의 한 축이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 및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탈퇴 여부를 논의한다.
우선 오는 28일이나 30일 중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에 관한 2차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11일 고용부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연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이번에는 노동계 반발을 감안해 고용부 주최가 아닌 한국노동법학회 등 학회 차원의 토론회로 열린다. 고용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2대 지침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취업규칙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정부 지침의 윤곽은 이미 공개된 상태다.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성과연동형 임금체계로 개편하려면 현재는 노동조합 노조원 절반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서 재정·인력채용 부담 등이 커지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다소 불이익이 있더라도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전체적인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다면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저성과자 해고 기준·절차에 관한 정부 지침, 즉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평가에서 드러난 명백한 저성과자에 대해 전환배치·재교육 등의 재도전 기회를 주되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을 경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정부의 지침 발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지침과 관련해서는 내가 4~5월 또는 6~7월까지 내겠다고 했다가 (9월15일) 대타협 이후로 수차례 연기해 왔다”며 “당분간 정부는 지침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데 중점을 둘 것이지만 무한정 연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동개혁 입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법이 완료되면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줄어들고 처우는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입법 효과에 대해서는 34년 공직생활과 장관직을 걸고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파업에 동조한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문제의 근간에는 대기업 노조 책임도 매우 크다”며 “최근 자동차, 조선 등 노조 집행부가 바뀐 이후 교섭에 임하는 자세가 전체 노동시장을 고려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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