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977년 ‘스타워즈’ 첫 편이 개봉되던 날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극장이 썰렁할까봐 두려워서였다. 시사회 반응이 부정적이어서 더 그랬다. 그렇잖아도 돈이 모자라 영화사 주차장 한 편의 미니어처 세트장에서 찍은 영화였다. 처음 제작비 800만달러에 죽는소리까지 해가며 얻어낸 300만달러를 더 투입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경쟁작 ‘스타 트렉’ 제작비(3500만달러)의 3분의 1도 안 됐다.
그러나 첫날부터 극장이 미어터졌다. 흥행 수입은 그 해 북미 지역에서만 3억700만달러. 제작비의 28배가 넘었다. ‘스타 트렉’이 8200만달러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이변이었다. ‘ET’ 이전의 역대 흥행성적 1위를 차지한 이 작품은 스크린 밖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로봇 C-3PO와 R2-D2 콤비, 요다 등의 캐릭터, 광선검이 인기를 끌면서 영화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렸다.
이후 ‘스타워즈 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1980), ‘스타워즈 에피소드 6-제다이의 귀환’(1983) 등 3부작의 흥행 행진이 이어졌다. 정작 시리즈의 1, 2, 3편은 그 뒤에 나왔다. 첫 편의 부제가 ‘에피소드 4’라고 붙여진 것도 1981년 재개봉 때였다. 왜 이렇게 됐을까. 루카스에 따르면 당시 기술로는 1, 2, 3편을 만들기 어려워서 일단 클래식 시리즈를 낸 뒤 기술이 발달하기를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70년대로서는 CG 능력이 부족한 데다 투자 유치를 위해 관객이 많이 몰릴 우주전쟁편부터 개봉했다는 것이다.
‘스타워즈’는 시리즈를 거듭하는 동안 똑같은 인트로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작품의 첫 음악은 스타워즈 메인 테마다. 파란색으로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서는…’으로 시작하는 내레이션과 우주를 배경으로 한 노란색 로고, 사다리꼴 모양의 글자, 자막 다음의 행성과 우주선까지 똑같다. 엔딩 크레딧도 늘 우주 배경의 하늘색 글씨로 표기한다. 이런 브랜드 관리와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스타워즈 신드롬’이 탄생했다.
‘스타워즈’ 새 시리즈의 첫 주말 흥행 수입이 2억3800만달러(약 2800억원)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 ‘쥬라기 월드’의 2억880만달러를 훌쩍 넘었다. 2005년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이후 10년을 기다린 관객들의 환호도 폭발적이다. 올 한 해 캐릭터 상품 판매액만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영화 한 편이 세계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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