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일곱 번째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 출간
[ 박상익 기자 ] 소설가 김숨 씨(41·사진)의 일곱 번째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문학과지성사)는 제목 그대로 바느질에 한평생을 보낸 여인의 이야기다. 바느질하는 어머니 ‘수덕’과 두 딸 금택, 화순의 삶이 특별한 갈등이나 변화 없이 펼쳐진다.
소설은 한복집이 모인 한복거리에서 바느질을 하던 어머니가 두 딸을 데리고 시골로 거처를 옮기면서 시작한다. 마을 여자들이 밭일을 할 때 어머니는 누비옷을 지어 생계를 꾸린다. 누구보다 어머니를 닮고 싶어하는 금택은 어머니가 하는 바느질을 곁눈질로 보며 배우고, 화순은 집 밖 세상을 갈구하지만 어머니는 무심히 바느질만 한다.
“어머니는 바늘과 실로 꽃이나 나비를 그리지 않았다. 홈질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바느질로, 가장 작은 바늘땀을 반복해서 떴다. 점에 불과한 바늘땀들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될 때까지 반복해서 떴다.” (257쪽)
이렇게 우직한 모습은 나일론 실과 미싱이 세상에 나왔는데도 변함없다. 세월이 흘러 한복거리의 누군가는 명장 칭호를 받고, 어머니의 제자를 자처하던 사람은 한복 전문가가 된다.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어머니는 여전히 시골에서 바느질을 할 뿐이다. 손가락이 굽고 눈이 흐려져도 바느질을 멈추지 않는다. 어찌 보면 미련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지만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어머니의 바느질은 세속적 명예보다 빛난다.
복을 빌며 바느질한 옷을 입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작품 속 이야기는 바느질이 단순히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옛 사람들은 옷을 지을 때 한땀 한땀마다 입을 사람의 복을 기원했다지. 건강과 장수를 빌면서 정성을 다했다지.” (411쪽)
원고지 2200장 분량의 소설 한 권에 어머니와 두 딸, 한복거리와 우물집을 찾던 단골들, 건어물 행상 여자 같은 수많은 여성의 삶이 녹아 있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권여선 씨는 “절대고독 속에서 숨이 턱턱 막히도록 조밀한 언어로 장편을 써낸 사람은 김숨이 아니라 수덕인지도 모르겠다”며 “김숨은 바늘의 문장으로 산맥을 창조했다”고 평했다.
나이를 먹어 팔순이 되더라도 계속 뭔가 쓰는 사람, 젊은 작가들이 쓰지 못하는 깊고 넓은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그는 《바느질하는 여자》로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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