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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옐런 vs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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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춘호 기자 ] 지난달 16일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장문의 서한을 보냈다. 하원이 추진하는 Fed 감시법(중앙은행 감독과 개혁, 현대화 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였다. 옐런 의장은 편지에서 Fed가 금리결정에 사용하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무시한 채 법안에 포함된 간단한 경제 공식을 사용한다면 잘못된 경제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물론 이 공식은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테일러준칙을 미국 실정에 맞게 변용한 것이다. 테일러준칙은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1993년 발표한 장기 예측 모형에 근거한 금리결정 준칙이다. 물가상승률과 GDP갭(실질성장률-잠재성장률) 등을 변수로 사용한다. 옐런 의장은 금융위기 이후 Fed가 이 같은 규칙을 썼더라면 현재의 실업률 5% 성사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옐런 의장의 공세에 테일러 교수가 발끈했다. 테일러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옐런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준칙을 무시한 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전에 이 같은 준칙으로 금융정책을 폈더라면 실업률 상승과 경기 침체를 막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일러는 오히려 Fed가 초재량적인 양적 완화 정책으로 보다 많은 정치적 파워만 가지게 됐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오랜 논쟁거리인 재량주의와 준칙주의에 대한 한판 승부가 미국에서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Fed 감시법안을 제출한 후이젠가 의원도 준칙주의를 강조하는 공화당 소속 의원이다. 그는 Fed가 불투명하고 예측할 수 없는 초재량적 금융정책을 펼쳐 미국 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달 말 하원을 통과한 뒤 다음달 초에 상원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옐런 의장이 지난 16일 금리를 인상하면서 세계가 다시금 Fed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Fed는 내년에도 네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양적 완화 과정에서 Fed 권력의 비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Fed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의 중심에 선 적도 별로 없었다. ‘Fed 개편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누가 Fed 권력의 고삐를 쥘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옐런과 테일러가 벌이는 이번 전쟁은 케인스와 프리드먼을 대리하는 전쟁이기도 하다. Fed에서 정치를 분리하는 것은 언제나 큰 숙제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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