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관광 정책 주효…여행수지 2년 연속 흑자
5000엔만 사도 면세…자가용 택시도 허용 추진
한국은 해외여행자가 입국자보다 많아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방일 외국인이 45년 만에 일본인 출국자(해외여행자) 수를 웃돌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이 덕에 여행수지는 2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목표 중 하나인 2020년께 국내총생산(GDP) 600조엔 달성을 이끌 주요 산업으로 관광업을 정하고 활성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행수지 흑자 확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11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4만76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1% 증가했다. 11월 한 달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달 1일에는 방일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800만명을 돌파했다.
11월까지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1796만명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일본인 출국자 수는 1487만명으로 4% 감소했다. 엔화 약세로 해외여행 부담이 높아진 일본인이 일본 내 관광으로 발길을 돌 홧?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방일 외국인이 일본인 출국자 수를 45년 만에 앞지를 것이 확실시된다는 분석이다. 오사카 세계박람회가 열린 1970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국제수지상 여행수지는 1~10월 9058억엔 흑자를 냈다. 지난해 5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10월까지 한국인 해외여행자 수(1590만명)가 외국인 입국자 수(1096만명)보다 500만명가량 많았다. 이 기간 여행수지는 8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한 강연에서 “다음 (방일 여행객) 목표는 연간 3000만명”이라며 새로운 수치를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2020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을 목표로 삼았지만 4년 빠른 내년에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목표를 높여 잡았다. 일본 여행업체 JTB에 따르면 내년 방일 외국인은 2350만명으로 늘어나는 반면 일본인 출국자 수는 1520만명으로 제자리걸음(0.3%)에 그칠 전망이다.
◆총리실이 관광정책 주도
방일 외국인 증가 원인으로 엔화 약세를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12월 아베 정부 출범 후 엔화가치는 달러당 80엔에서 120엔대로 40%가량 떨어졌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일본 여행경비가 그만큼 싸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엔저(低) 호기를 활용하려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산업 육성책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주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저비용항공(LCC) 등의 운항편을 늘렸다. 1월 비자 발급 요건이 완화된 중국인 관광객은 11월까지 464만명이 방문했다. 전년 동기보다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외국인이 더 많은 돈을 쓰고 가도록 소비세 면제 품목을 확대하면서 면세 요건도 완화했다. 자민당 세제조사회는 내년 세제개편안에서 면세받을 수 있는 총구매 하한선을 현재 1인 하루 점포당 ‘1만엔 이상’에서 내년 ‘5000엔 이상’으로 추가로 낮추기로 했다. 숙박이나 교통불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전략특구 내 민박허용 기준을 완화하고 자가용 택시도 허용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총리 관저에서 열린 ‘내일의 일본을 지탱할 관광비전 구상회의’에서 “관광은 성장의 중요한 엔진”이라며 “관광입국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치가 앞장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방일 외국인이 연간 3000만~4000만명까지 증가하면 이들 소비도 연간 5조~8조엔으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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