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앞두고 대규모 감원
핀테크 확산·수익성 악화도 원인
국민은행 1122명·SC은행 961명 순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
보험·카드 합하면 연 4000명 퇴사
[ 이태명/김은정/박한신 기자 ]
내년에 임금피크제를 처음 도입하는 농협은행은 최근 1958년과 1959년생(만 56~57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345명 중 344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예년의 200~3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들은 다음주 중 희망퇴직이 확정되면 이달 31일 동시에 회사를 떠난다.
금융권에 감원(減員) 바람이 거세다. 올해 은행권에서만 3600명가량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이미 떠났거나 조만간 그만둔다. 보험·카드업계를 합한 금융권 전체에선 4000명가량이 퇴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권 퇴직자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98년엔 11개 은행이 퇴출되는 과정에서 전체 은행원 수가 11만4000여명에서 7만5000여명으로 4만명 가까이 줄었다.
내년 정년 60세 연장에 맞춰 금융회사들이 임금피크제를 앞다퉈 도입한 게 대규모 감원을 불러온 1차 요인으로 꼽힌다. 임금이 대폭 깎인 상태로 눈칫밥을 먹느니 특별퇴직금이라도 챙기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여기에 수익성 악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등의 여파로 인력 감축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희망퇴직 2013년부터 증가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자 수는 36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상반기에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한 데 이어 하반기엔 외국계 및 지방은행 등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통한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어서다.
가장 많은 인력을 줄인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임금피크제(만 55세 이상) 대상 직원 중 1122명을 희망퇴직 방식으로 내보냈다. 한국SC은행도 이달 초 희망퇴직을 통해 961명이 회사를 떠났다.
신한은행(311명)과 우리은행(240명), KEB하나은행(234명) 역시 예년 수준 이상의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농협은행은 다음주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344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낼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100여명에 이어 이달 말께 1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가로 받을 계획이다.
지방은행들도 감원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광주은행이 희망퇴직으로 88명을 내보낸 데 이어 부산·대구·경남은행도 이달 중 희망퇴직을 받는다. 이들 세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1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은행권 희망퇴직자는 2013년부터 매년 늘 爭ご?추세다. 김정훈 새누리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6개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2013년 661명, 작년 1576명이었으나 올해는 2868명으로 작년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가속화하는 몸집 줄이기
은행권만큼은 아니지만 보험·카드회사들도 적극적인 감원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지난 3월 40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데 이어 현대라이프도 7월 수십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10월 전직 지원 등을 통해 50명의 간부급 직원을 정리했고 삼성카드도 100명을 휴직·전직지원 등의 형태로 사실상 감원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은 내년 60세 정년 연장으로 선제적인 몸집 줄이기가 필요해서다. 은행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앞서 올해 나이 많은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 적용과 희망퇴직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도 금융사들이 감원에 나선 배경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저금리 구조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인건비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핀테크 등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감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은행들은 입을 모은다. 모바일금융이 확산되면서 기존처럼 지점에 대규모 인력을 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에 맞춰 국내 은행들은 2012년 7698개이던 지점 숫자를 올해 7322개(9월 말 기준)로 줄였고 내년엔 더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태명/김은정/박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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